호주가 그간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캐리 트레이드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로 고금리 통화에 투자해 수익을 노리는 외환투자 전략이다. 제로(0)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호주달러화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호주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호주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캐리 트레이드 시장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전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전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고, 이 여파로 달러 대비 호주달러화 가치는 지난 6주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호주달러화 가치 하락은 캐리 트레이드 시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와 잦은 시장 개입으로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떨어졌지만, 호주는 4.25%의 기준금리로 호주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며 캐리 트레이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FT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나라 간 기준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커야 한다. 호주의 기준금리(3.75%)는 여전히 주요 10개국(G10)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영국 헤지펀드인 하모닉 캐피털 파트너스는 호주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지난달 호주달러화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뉴질랜드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경고했으며, 전문가들은 RBA가 연내에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외환 애널리스트인 키트 저키스는 "일부 고객들은 캐리 트레이드로 기준금리가 4.5%인 멕시코의 페소화에 투자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통화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전했다.
두번째 조건은 시장의 변동성이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화 가치의 변동성이 커지면 수익을 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외환시장을 강타했던 지난 2008년 엔 대비 호주달러화 가치는 2주 만에 50% 급락하기도 했다.
그나마 지금은 당시보다 시장이 안정적이다. 주요국이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는 다소 진정됐으며 미국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JP모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지난 2007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근거로 이달 중국의 경제지표 안정세가 지속되면 투자자들의 위험투자 심리가 살아나 캐리 트레이드 시장도 활력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유로존 위기가 스페인을 중심으로 다시 불거지고 있는 데 따른 경계감도 크다.
모간스탠리의 외환 애널리스트인 한스 리데커는 지난 3월 유럽 은행권의 민간 부문 대출이 감소한 것이 유로존 경제에 대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askol@fnnews.com 김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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