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신의 직장’ 은행원 근무시간 봤더니..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02 17:05

수정 2012.05.02 17:05

‘신의 직장’ 은행원 근무시간 봤더니..

‘신의 직장’ 은행원, 태반이 초과노동 시달려

금융권 사무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법정 초과근로시간을 넘긴 주당 56시간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업무가 밀리는 시기에는 최고 60시간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전국금융산업노조가 서울 명동의 은행연합회관에서 개최한 '은행권 노동자 장시간 노동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권현지 킹스칼리지 교수는 은행원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6시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한 한도는 주 52시간. 은행원들 중 한도 가까이 일하는 비율이 9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바쁠 때에는 하루 평균 12.6시간, 주당 60.3시간 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별에 관계없이 80% 정도의 은행원들이 8시까지 출근하고 있으며 자녀가 있는 은행원들도 평균치와 비슷한 초과노동시간을 감수 하고 있다.


은행원들의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은행 특유의 성과주의 문화 때문으로 지적됐다. 조사에 응답한 은행원들의 40%가 실적 압박을 초과 노동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은행원들은 정규 근무시간에 내점 고객의 업무처리에만 집중하지만, 업무시간 종료 후에 영업점의 문을 잠그고 나서는 낮에 미뤄둔 업무를 처리하고 실적을 채우기 위한 영업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직위별로 다른 패턴이긴 하지만 은행권 초과노동의 공통원인은 '업무량 과다'"라며 "마감 업무 자체보다는 폐점 후 마케팅 및 여신관리 업무 집중이 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인력을 감축해 왔으면서도, 은행원들의 헌신적인 다중 역할이 요구되는 '린 방식' 조직관리를 확대하면서 인력구조가 왜곡돼 만성적인 인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은행원들의 장시간 노동은 생산성 향상을 위축시키고 근로의욕과 일자리 만족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고 "일자리 창출 가능성과 연계해 적정인력을 확보하고 초과근로시간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수량적 유연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2012년 산별교섭에서 근무시간 정상화를 핵심 의제 중의 하나로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족인력 채용을 늘리고, 지난 2008년 근로시간 정상화를 위해 합의 했던 내용들의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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