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권 고금리 예금 경쟁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02 17:46

수정 2012.05.02 17:46

은행권 고금리 예금 경쟁

소매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은행권 후발주자들이 거센 예금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 대형은행들은 올 들어 정기예금 금리 추이가 수평선을 그리고 있지만 후발 은행들은 고금리 특판 상품을 쏟아내면서 수신고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율적인 수신금리 경쟁에 대해서는 일단 관망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는 수준까지 접어들게 되면 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보고 추이를 살피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 산업, 농협은행 등은 최근 금리가 4%를 훌쩍 뛰어 넘는 특판예금 상품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외환은행은 윤용로 행장의 영업 강화 선포 이후 고금리 특판예금 판매에 가속페달을 밟는 중이다.
고객 감사 새출발 이벤트로 선보인 '예스 큰 기쁨 정기예금'은 4월 기준금리가 4.22%에 달한다. 이 상품은 지난 1월 4.1%, 2월 4% 였으나 3월에는 4.25%까지 금리가 훌쩍 뛰어올랐다. 판매 한도는 2조원이었지만 한 달 조금 넘은 기간에 1조7442억원이 팔렸다. 또 최근 신경분리를 마무리 짓고 새출발한 농협은행은 '내사랑 독도 정기예금'의 금리를 무려 4.72%까지 주고 있다.

산업은행도 지점영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금리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정기예금 상품인 정기예금 'KDB다이렉트 하이정기예금'은 최고 4.5%의 금리를 주고 있어 현재 시중은행들 중 최고 수준이다. 이 상품은 수신잔액이 지난주 기준 3800억원을 넘어섰다. 자유입출금 상품인 'KDB다이렉트 하이어카운트'도 3.5%의 금리를 주고 있어 기존 4대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와 맞먹는다. 수신고는 52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산업은행은 자유입출금 예금에 고금리를 주면서 자금이동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불문율을 깨버렸다"며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처럼 금리경쟁이 가열되자 여타 은행 수신 담당자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보지만 딱히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기존 대형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 변화가 거의 없다. 국민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월말 기준으로 지난 1월 3.97%, 2월 3.93%, 3월 3.95%, 4월 3.90%로 내리고 있는 추세다.

우리은행도 대표적인 키위정기예금은 금리가 월말 기준으로 1~4월 3.70%로 동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주력상품인 복리예금 금리가 1월 3.95%, 2월 3.95%, 3월 4%에 이어 4월에는 다시 3.95%로 소폭 내렸다. 하나은행도 1~4월 4%로 정기예금 금리 변화가 없다.


금융당국은 수신금리 경쟁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급적 자율경쟁에 맡겨두고 있다. 그러나 영업 지점에 지나치게 실적압박을 가하거나 금리 경쟁으로 역마진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사태를 주시 중이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정해져 있는데 은행들이 예금유치에 지나치게 높은 고금리를 내걸 경우 그만큼 마진을 손해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럴 때는 건정성 감독 차원에서 지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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