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n수습기자 외국인관광객 불만 들어보니] 시내 벗어나면 영어불통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02 18:13

수정 2012.05.02 18:13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언어 소통, 이정표, 바가지상혼 등 여전히 불편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부모님과 함께 서울을 찾은 일본인 마나미가 길을 찾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언어 소통, 이정표, 바가지상혼 등 여전히 불편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부모님과 함께 서울을 찾은 일본인 마나미가 길을 찾고 있다.

'어떻게 가야 하지?'

일본의 골든위크 기간을 맞아 여자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은 일본인 우타무라(27)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 한복판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우타무라는 머물던 김포공항 근처 메이필드 호텔에서 창덕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호텔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인근 지하철역에 가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까지 왔는데 그 다음부터는 막막해졌다.

지도에서 봤을 땐 가까운 줄 알았던 창덕궁이 꽤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역에서 나와 창덕궁 방향으로 걸어가다 지친 우타무라는 동십자각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류장에 붙어있는 노선도가 온통 한글로 쓰여 있어 어떤 버스를 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편리하지만 버스를 타는 것은 너무 힘드네요. 정류소 노선 안내도가 다 한글로 돼 있어서 어디서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알 수 없어요. 영어로라도 같이 써 놓으면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우타무라는 동십자각 근처에서 결국 택시를 타고 창덕궁으로 향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느끼는 가장 불편한 점은 의사소통 문제다. 문화관광연구원에서 작성한 '2011년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 중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이나 불편한 점은 '언어 소통이 잘되지 않는다'이다.

전체 응답자 중 52.3%가 언어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명동을 찾은 태국인 바라 쇼티타마랏(38·여)도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면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며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음식을 주문했다"고 여행 중 느꼈던 불편함을 토로했다.

부모님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일본인 마나미(26·여)도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목적지인 김치체험관으로 가기까지 한참 헤맸다. 마나미는 "한국 음식을 좋아해 일부러 김치체험관을 찾아왔는데 어디서 내려야 할지 안내가 잘 돼 있지 않아서 힘들었다"며 "한국여행을 하면서 공공장소 언어표시가 다양하게 갖춰지지 않은 게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에서 한글과 제 2외국어의 병기가 되어 있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외국인이 많다.

그나마 지하철은 노선도에 한국어 및 영어와 제2외국어를 잘 표시해 놨지만, 버스정류장에는 자신이 서있는 정류장 명만 영어로 표시돼 있을 뿐 노선 안내도엔 한글만 적혀있어 외국인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후지마와(60·여)는 "버스체계가 잘 돼 있다고 들었지만 관광객이 타기엔 무용지물인 것 같다"며 "좀 더 나은 안내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1년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서도 '안내 표지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21.5%로 조사돼 2010년에 비해 5% 이상 늘어났다.


대중교통 외에 거리 표지판에도 외국어 병기가 잘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후지마와는 "길에서 보는 안내 표지 사인도 일본인이 쓰는 한문 간체자가 아닌 번체자로 되어 있어 차라리 영문을 보고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인 미셸 탬(21·여)은 "길을 잃어 가까운 경찰서를 찾아가 지도와 표지판을 보려 했는데 영어는 없고 모두 한국말로 써 있어서 혼란스러웠다"며 "그나마 표시돼 있는 지도에서도 지명이나 길 이름이 'ung 발음'이 많아 소리내서 읽기도 힘들고 헷갈렸다"며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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