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용산업무지구 도시기반 걱정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03 17:05

수정 2012.05.03 17:05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될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디자인이 확정됐다. 620m에 이르는 '트리플 원'을 비롯한 23개 초고층 빌딩 설계에 세계적인 건축 거장 18명이 참여했으니 각 건축물 하나하나가 '작품'에 다름 아니다. 사업 규모도 단군 이래 최대다. 축구장 50개가 들어갈 수 있는 50만㎡ 규모의 땅에 총사업비 31조원이 투입된다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기에 충분하다.

단일 사업 규모로도 세계 최대인 이 역사적인 사업에 우리 건축기술로 마천루를 올리겠다니 자랑스럽다. 그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해외에서 명품 건물들을 짓고도 정작 국내에선 세계에 견줄 초고층을 올리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국민적 기대가 더욱 크다. 그러나 건축물이 실제로 올라간 뒤 나타날 여러 상황들을 생각하면 개운치만은 않다. 준공 후 두고 두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맹점들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한 지구에 23개 초고층 건물을 꽉 채운 배치도에서 읽혀지듯이 당장 교통 체증이 우려된다. 서울 랜드마크로 관광명소화되면서 하루 수십만명의 유동인구가 집중될 경우 주차공간이 제아무리 넓다한들 한꺼번에 밀려드는 교통 혼란을 막을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지하철 노선 증설이 절실하다.

활동 인구의 과도한 집중과 높은 에너지 사용은 도시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바람의 흐름이 원활한지와 집중된 에너지 소비가 인근 대기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펴볼 일이다. 물 사용량도 엄청나 상하수도 시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만일 작동이 멈출 경우 지난 광화문 침수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3년 내 완공하겠다는 계획도 의욕이 너무 앞선 감이 있다. 빌딩 사무실을 다 채울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3년 후 수요가 급증하면 모를까 현재로선 100% 입주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도 용산 일대 상가와 오피스빌딩에 대한 수요가 뚝 떨어져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준공 후 공급 과잉으로 나타날 경우 부동산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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