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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지절단 등 치명적 급성질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6.03 17:58

수정 2012.06.03 17:58

사망·사지절단 등 치명적 급성질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 지난 2011년 4월 22일. 논산 육군훈련소 소속 노모 훈련병이 20㎞ 완전군장 행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 복귀 후 그는 37.9도의 고열 증세를 보였다. 의무병에게 진료를 받은 뒤 해열제 2알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내무실로 돌아와 잠을 잤다. 하지만 열이 내리지 않고 상태가 악화돼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했지만 24일 끝내 숨을 거뒀다. 그의 병명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meningococcal meningitis).

이르면 올해 군에 입대하는 훈련병들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훈련소에 입소한 신병들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백신을 의무적으로 맞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만명 이상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에 감염된다. 이 중 5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1세에서 18세 사이의 모든 청소년, 기숙사에 거주하는 대학생 등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수막구균성 유행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3일 질병관리본부의 '2010 감염병 감시 연보-법정전염병 환자발생 보고 현황'에 따르면 2010년 12명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하는 등 감시가 시작된 2001년 이후 129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 중 11명이 사망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백신인 '멘비오(노바티스)'를 국내 최초로 승인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위험성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막이 감염되는 세균성 뇌수막염의 한 종류로, 혈류 감염인 패혈증이 주 원인이다. 첫 증상이 나타난 후 24~48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고 생존하더라도 5명 중 1명은 사지 절단, 발작, 마비, 청각 소실 및 학습장애 등 중증의 영구 장애를 입는 치명적 급성질환이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건강한 사람들에도 아무런 예고 없이 전염된다. 이에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단체생활을 하거나 유행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 등 감염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일단 발병하면 병의 진행이 매우 빠르고 치명적이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보건당국은 수막구균성 뇌수막명을 제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 감시하고 있다. 2011년 12월에는 신규 예방접종 대상 전염병에 수막구균 감염증을 추가한 바 있다.

■국내 최초 수막구균 백신 멘비오

노바티스의 멘비오는 수막구균 주요 혈청인 A, C, W-135, Y 군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11세 이상 55세 이하 청소년 및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받은 국내 최초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이다. 현재 40개국 이상에서 승인받은 멘비오는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4개월 이상 소아를 대상으로 적응증 승인을 받았다. 현재 2개월 미만 유아에 대한 추가 승인을 준비 중이다.

한국노바티스 학술의학부 장현아 부장은 "세균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에는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간균(Hib), 폐렴구균과 함께 수막구균 등이 있다"며 "특히 수막구균은 빠른 진행과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장 부장은 "미국, 유럽 등에선 이 세 가지 균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허가된 수막구균 백신이 없어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면서 "멘비오는 치명적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의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치사율이 높고 치료 후에도 사지 절단 등 영구장애가 많은 질병이다. 예방 백신의 허가는 잔료비 감소 등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 고위험인 10대 청소년들의 해외 유학이 늘어 감염 가능성이 높았다"면서 "이들을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감염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1년부터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접종이 가능했던 멘비오는 이르면 9월부터 일반 병·의원에서 접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올해 말에는 군 입대자를 대상으로 접종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