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경제민주화 논란과 CSR/조석장 산업2부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6.14 17:11

수정 2012.06.14 17:11

[데스크칼럼] 경제민주화 논란과 CSR/조석장 산업2부장

현대의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의 뿌리가 된 산업자본은 19세기 말 미국에서 철도·철강·석유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산업을 중심으로 태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독점규제나 소비자보호와 같은 개념들이 태동하기 전이어서 기업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가 가능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기업가들은 잘 알려진 밴더빌트, 카네기, 록펠로 등이다.

그러나 이들의 탈법적인 재산 축적이 계속되면서 노동문제와 부의 양극화, 환경파괴 등 사회적 폐해가 커지지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들을 '이 시대 최대의 범죄자'로 부르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이상 기류가 생겨나자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이를 강력히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이에 대응해 기업 스스로가 엄청난 재산을 기부와 사회사업을 위해 쏟아 부으면서 이해당사자들을 배려하고 사회적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게 된다.


이것이 소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시초다. 아울러 이들 기업이 정부와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활동을 널리 알린 것이 최초의 현대적 개념의 기업홍보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속할 수 없고 사회에 기여할 수도 없다. 그러나 기업은 이윤추구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가급적 비용을 줄이려 하는 본성이 있고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의 치열한 기업 간 경쟁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던 경영자들의 시야를 더욱 좁게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비정부기구(NGO)들을 중심으로 한 반기업 운동이 초래됐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지만 분명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은 이미 필수과목이 됐다. 글로벌 선진기업들은 외부의 눈치를 보며 수동적으로 펼쳐왔던 CSR를 최근에는 핵심적 경영전략으로 삼아 적극화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CSR는 이윤 극대화에 그치지 말고 '착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 될 것을 개별 기업들에 요구하는 것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을 대선 화두의 첫머리에 올려놓고 있으며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18∼19대 의원 30여명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실천모임'까지 만들어 경제민주화를 주요 대선공약으로 삼을 태세다. 새누리당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근절,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행위규제 강화, 금산분리 완화 등과 같이 더욱 강력한 반재벌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재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낀 마당에 정치권까지 나서 기업 때리기에 나선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전경련 산하 기관으로 재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정당성이 약한 철학이나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지극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정치권을 겨냥했다. 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5년간 간접비용을 포함해 각각 281조원과 572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비판했다.

정치권이나 재계의 논란을 떠나 경제민주화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87년 체제'를 통해 한국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했다. 즉 1987년을 기점으로 복수 정당 간의 경쟁과 주기적인 자유선거를 핵심으로 하는 '최소 강령적 민주주의'는 달성됐으나 사회경제적인 민주주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최대 강령적 민주주의'는 아직 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민주주의가 아무리 개념적으로 필요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일방적인 '기업 때리기'로 치우치면 안 된다. 대기업들도 능동적인 자세로 스스로 CSR를 완수하려는 변화된 자세를 갖춰야 한다.

국민과 기업, 정치권 모두 윈윈하고 미래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만드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해당사자들의 어른스러운 지혜가 필요하다.

sjch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