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새 회계기준 ‘IFRS’ 車시장 구도 흔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9.24 17:39

수정 2012.09.24 17:39

새 회계기준 ‘IFRS’ 車시장 구도 흔든다

최근 법인을 세운 배지원씨(가명·36)는 법인 명의로 자동차 구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안이었다. 고민하던 차에 배씨는 자동차 영업 사원들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자동차 영업사원은 법인 명의로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면 법인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과거엔 흔히 운용리스로 자동차를 구입해 이 같은 효과를 봤지만 앞으로는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으로 운용리스 이용 시 비용처리가 안 되고 부채로 남게 된다는 점을 영업사원은 강조했다.

배씨는 자동차 번호판에 새겨진 '허'자가 눈에 거슬리지만 비용 처리 문제 때문에 리스보다 장기렌터카를 고려하고 있다.

올 4.4분기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자동차 리스에 대한 새 회계 처리 기준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 장기렌터카, 리스 시장에 일대 변화가 몰아칠 전망이다. 리스로 자동차를 빌릴 경우 비용처리가 불가능해져 렌터카 쪽으로 시장이 대거 이동할 조짐인 것. 이 때문에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는 렌터카 업체들은 미소를 짓고 있다. 반면 리스 업체들은 남은 시장마저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24일 한국회계기준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4·4분기에 IASB가 새 회계 처리 기준 공개 초안을 만들고 이를 한국회계기준원이 받아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할 전망이다. 여기서 자동차 리스 회계처리가 기존의 비용처리 대신 부채 처리되는 쪽으로 회계기준이 바뀔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리스는 회계상 모두 부채 처리

현재 자동차 리스는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나뉜다. 리스 기간이 끝난 후 자동차 인수 여부와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금융리스는 리스 기간이 끝난 후 차량을 반드시 반납해야 하지만 운용리스는 리스한 사람이 차를 인수할 수 있다. 또 법인이 금융리스를 이용하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만 운용리스는 비용처리가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운용리스 역시 부채로 처리될 전망이다.

IASB가 이렇게 리스를 일관되게 부채 처리하는 것은 회계의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특히 IASB는 회계상 실물이 어떤 상태인지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회계가 투명해진다는 입장이다. 또 리스가 부채나 자산에 포함되지 않으면 경쟁사와의 정확한 재무내용 비교 분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이유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이승환 팀장은 "기업이 경영 상태가 안 좋아질 경우 우발적으로 터지는 부채 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시장에서도 장기렌터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리스가 대중화된 것은 자동차 판매 사원들의 적극적인 영업방식과 함께 '허'자 번호판을 쓰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라며 "이제 운용리스가 회계상 부채로 기재되면 법인세 절감효과, 감가상각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법인들이 운용리스를 많이 이용한 것은 회계상 판매 관리비 등으로 처리가 용이했고 이는 법인세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리스 자동차가 부채로 잡히면 해마다 감가상각을 해야 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이 팀장은 "자동차와 같은 기술집약 제품은 감가상각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인들이 자동차를 부채나 자산으로 잡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들 장기렌터카로 이동하나

벌써 현장에서는 렌터카 업체들이 이를 무기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장기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이제 자동차 리스에 대한 장점이 사라진다고 집중 홍보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이런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은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6만7265대였던 렌터카는 지난해에 28만8634대로 성장했다. 국내 대표적 렌터카 회사인 AJ렌터카의 경우, 단기렌터카와 중장기렌터카의 비중이 13대 87이다. 이 중 법인이 사용하는 장기렌터카 비중은 지난 2009년 98.8%, 2010년 98%였다.


반면 리스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기 리스 및 소액 리스 거래는 기존의 운용 리스 회계 처리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회계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추세여서 리스 업체들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