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문경새재는 웬 고갠가/구부야 구부구부 눈물이로구나/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슬플 때나 기쁠 때 아리랑을 즐겨 부르며 삶의 애환을 달랬다.
한국인의 정과 한이 깊이 녹아든 아리랑은 이제 지구촌 어디서나 '한국'하면 떠올리는 노래가 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우리소리기행, 아리랑'이라는 테마로 강원 정선, 전남 진도, 경남 밀양, 경북 문경 등 4곳을 '1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이들 고장으로 아리랑 여행을 떠나보자.
■구성진 가락에 흥,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으로 꼽히는 진도아리랑은 구슬픈 가락에 담긴 '흥'이 특징이다.
진도 사람들에게 아리랑은 일상이다. 밥 먹는 것만큼, 물 마시는 것만큼이나 익숙하다 보니 지나다 눈만 마주쳐도 아리랑 가락이 절로 나올 정도. 주위 사람들이 후렴구를 따라 하고 하나둘 사설을 보태다 보면 텃밭과 장터는 이내 신명 나는 놀이판으로 변한다. 그래서 진도 사람들은 아리랑을 해원(解怨)의 노래, 상생(相生)의 노래라 말한다.
아리랑의 고장 진도에 와서 아리랑마을을 안 가볼 순 없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 마을은 진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진도아리랑에 대해 차분히 정리하기 좋은 곳이다.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임회면 상만리 마을 11만1180㎡ 부지에 아리랑 체험관, 홍주촌, 야외 놀이마당, 장미공원 등 문화체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061)540-3045.
■애절한 소리와 가락, 정선아리랑
정선아리랑은 산골 오지인 강원도 정선의 자연과 정서를 쏙 빼닮았다. 빠르고 경쾌한 밀양아리랑이나 구성진 진도아리랑과 달리 정선아리랑은 왠지 구슬프면서도 단조로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해지는 정선아리랑 가사 3000여수에는 빼곡한 산과 산자락 사이로 꺾이고 휘어도는 강물, 지형적 고립성, 산골 생활의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삶에 대한 낙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선에서 아리랑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지로는 정선아리랑 발상지인 정선군 거칠현동, 애정편의 무대 아우라지, 정선아리랑전수관 등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고갯길에 올라 정선 땅을 한번 널리 조망해 보는 것이 좋다. 반점재를 비롯한 새비재, 병방치는 정선 땅의 생김새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고개로 처음 찾는 여행객도 비교적 접근하기 쉽다.
정선읍에서 나전역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반점재는 차로도 쉽게 올라볼 수 있는 고개다. 신동읍 조동리의 새비재 역시 반점재에서 보는 전망과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오르는 길 어느 지점부터인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늦가을 고랭지 배추밭이 여행객들에게 강원도의 정취를 더해준다. 정선읍 북실리와 귤암리 사이의 병방치 전망대에서는 한반도 모양의 밤섬 둘레를 동강 물줄기가 180도로 감싸 안고 흐르는 비경도 만나볼 수 있다.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3.
■고단함 달래주던 밀양아리랑
"날 좀 보소/날 좀 보소/날 좀 보소/동지섣달 꽃 본 듯이/날 좀 보소/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아라리가 났네…."
밀양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보다 매우 빠르고 흥겹다. 때문에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넓은 들녘에서 농사를 지으며 부르던 농요라는 설이 있다.
산과 강, 들로 둘러싸인 경남 밀양은 예로부터 곡식과 과일 농사가 풍요로운 고장이다. 연중 따뜻한 날씨로 곡식을 가득 수확하는 기쁨이 컸다. 하지만 들이 넓으니 농사는 하루하루 고달팠고 그것을 밀양아리랑이 달래줬다는 얘기다. '아랑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지긴 했지만 밀양에선 일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농요로,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로 부르는 노래로 유명하다.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기 위해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른다. 이 흥겨운 노랫가락은 광복군의 군가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이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 아리랑'이다.
11월 밀양의 산들은 단풍과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그 대표적인 곳이 천황산으로 해발 1020m까지 이어진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가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가을 산행을 도와준다.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44.
■고갯마루 넘으며 흥얼~ 문경새재아리랑
문경새재아리랑은 아리랑 곡조를 흥얼거리며 실제로 새재 고갯길을 넘을 수 있어 더욱 신명 난다.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고갯마루를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여행객을 반긴다.
문경 새재는 예부터 민초와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넘나들던 애환이 서린 '아리랑'고개였지만 최근에는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걷기 좋은 흙길로 사랑받고 있다. 11월에 접어들면 문경새재길은 오래된 성문과 계곡이 어우러져 늦가을의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낸다. 고갯길에는 아리랑의 숨결 외에도 조령원터, 교귀정 등 옛길의 사연이 담긴 볼거리가 가득하다. 문경시는 문경새재아리랑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문경새재아리랑제도 열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여행으로 지친 허기를 문경의 별미 약돌한우나 약돌돼지고기로 먼저 달래고 피로는 문경온천에서 푼다. 문경온천은 중탄산과 알칼리성 온천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폭넓은 효능을 자랑한다. 아울러 돌아오는 길에는 문경 5일장에 들러 시골장터 풍물 구경과 함께 이 지역 특산물인 사과, 배, 오미자 등을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054)550-6392.
dksong@fnnews.com 송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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