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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사우나’ 금요일 밤이면 도박장 변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04 14:09

수정 2014.11.20 11:49

‘여의도 사우나’ 금요일 밤이면 도박장 변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인근에 있는 A호텔. 이 호텔 사우나는 금요일 밤마다 인근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금요일 저녁 9시가 넘어서면 이곳은 적게는 두세명, 많게는 대여섯명씩 단체로 몰려든 남성들로 북적인다. 바로 도박하러 온 손님들이다. 이들은 호텔 사우나에서 운영하는 '비지니스룸'을 이용한다.

사우나 입구를 들어서자 종업원들은 "일행 분들이 계신가요?"라고 묻는다.

"그렇다"라고 대답하면 "예약하셨느냐?"라고 다시 물은 뒤 곧바로 '비지니스룸'으로 안내한다.

■ 도박도 '비지니스'

간단한 식사와 반주로 시작된 이들의 '비지니스' 모임은 어느 새 카드와 화투가 등장하는 도박판으로 바뀌었다. 조용하던 사우나는 금세 시끄러워졌고 방마다 환호와 탄식이 이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도박판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첫차가 다닐 무렵에야 끝이 났다.

남성 전용인 이 사우나에 마련된 '비지니스룸'은 모두 9곳. 휴게실 바로 옆에 있는 것이 7실. 사우나 내 헬스장을 돌아 들어가면 특실이 2곳이 있다. 각'비지니스룸'에는 둥근 테이블 하나와 대략 6개의 좌식 의자가 놓여 있고, 한쪽 편에는 화장실까지 준비돼 있다. 금요일 밤에 비지니스룸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9만9000원. 화투나 카드는 호텔 사우나 측에서 빌려준다.

'저녁 때 방 빌려서 놀 수(도박)도 있느냐?'고 묻자 사우나 직원 A씨는 "그럼요. 많이들 오세요"라며 마치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 답하기도 했다.

■ 다른 업소도 사정 비슷

이 호텔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사우나도 사정은 비슷했다. 별도의 '비지니스룸'을 갖춰 놓고, 밤새 도박판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빌려준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일부 사우나에서는 은밀하게 성매매를 하는 곳도 있다고 전한다. 특히 마사지실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모 사우나는 마사지실을 '비지니스룸'으로 개조해 도박장과 성매매를 함께 하고 있다고 귀띔한 상인도 있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 사우나 업소들의 '비지니스룸'은 엄연히 불법이며 '도박개장' 혐의가 관련법에 적용되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호텔 사우나의 경우 경찰뿐 아니라 관할 구청 위생과 등이 담당하지만 이들 업체가 실제 단속을 받은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몇 년 전 호텔 사우나의 '도박장' 영업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B씨(41)는 "신고한 다음 날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며 어이없어했다. 이와 관련해 인근 상인들은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는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정·관계 인사 등 힘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누가 단속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업소 측은 "손님들에게 빌려주기도 하고 사우나 내 식당에서 사용하기 위해 '비지니스룸'을 만들었다"면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용도로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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