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녹색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 들어서는 것을 기점으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녹색기술센터(GTC)로 이어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그린 트라이앵글' 구상도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대규모 환경 관련 국제행사 개최에서 초대형 국제기구 유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녹색성장'이 명실상부 국가 브랜드로 착근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자신감으로 변하고 있는 이유다.
■녹색성장의 미래 '그린 다이아몬드'
5일 정부는 GCF 사무국 유치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녹색성장 논의에서 소프트파워와 리더십이 강화되는 막대한 무형자산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또 녹색성장 전략을 담당할 GGGI, 녹색기술 연구와 국제적인 전파를 담당할 GTC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가 주도한 GGGI는 지난 2008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 대통령이 국가발전의 새로운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한 뒤 2010년 6월 이 비전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기구로 설립된 비영리재단에서 출발했다.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을 위해 자문에 응하고 발전 경험을 공유하며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하는 기구. 지난해 6월 서울에 본부를 설치하고 활동을 시작했으며 올해부터 국제기구로 공인받았다. 관련 협약에 따라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으나 GCF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송도로 이전시켜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놔 송도 이전을 정부가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5개국이 가입돼 있다.
하지만 GGGI가 아직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해 GCF 사무국 유치 당시 경쟁국인 독일에 우리의 유치활동을 저지하는 빌미를 주기도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카타르 총회 전에 국회가 GGGI를 비준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GTC는 녹색기술 연구개발(R&D) 정책을 총괄 점검해 지원하고 세계 각국의 녹색 R&D와 공조체제 구축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지난 3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에 설립됐다.
녹색성장대학원은 녹색성장 기술을 발전시키는 고급인력을 키워내는 대학원. GCF, GGGI, GTC의 그린 트라이앵글에 녹색성장대학원까지 더하면 '그린 다이아몬드'로 부른다.
녹색성장대학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것으로 올해 6월쯤 구상이 나왔다. 서울 홍릉에 밀집돼 있는 K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 등이 세종시로 이전되면 남는 공간을 활용해 녹색성장대학원을 만들고 이것을 녹색성장을 일으키는 전진기구처럼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정부는 향후 중국 칭화대나 런던 정경대학과 같은 세계 유수학교와 협력해 글로벌 녹색기술 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900조원 'GCF 금고'에 쏠리는 눈
정부는 GCF의 조기 출범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이달 중 종합대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제도 정비, 외국인 거주 여건 개선 등 GCF의 조속한 출범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부터 재원 조성·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도 논의 중이다.
특히 GCF 기금은 향후 3년간 세계은행(WB)이 임시운용하지만 그 뒤에는 경쟁입찰을 통해 영구 수탁기관을 선정하게 된다. 약 900조원에 달하는 'GCF 금고'에 국내외 금융권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장기적으로 녹색금융 인프라의 확충이 기대되는 동시에 녹색성장 산업, 서비스업 등 관련 산업에 막대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녹색성장 지속적 관심 가져야
이와 함께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리스크 부담이 높은 녹색금융의 특성상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적 금융과 민간 금융이 공조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녹색기업 대출은 해당 기업의 장기 사업성을 따진 후 대출을 해주는 구조여서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투명성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기대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녹색전문금융기관이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녹색전문금융기관 등을 양성해 실질적으로 각 산업이 가진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녹색금융은 정권이 바뀌어도 차기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녹색금융 육성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현 정권이나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차기 정부 이후에도 장기 정책과제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인천 송도를 중심으로 외국 인력들이 대거 입주하게 되면 학교, 병원, 외국인 카지노 등 새로운 서비스산업 수요가 속속 발생하게 된다. 이에 맞춰 내국인의 고급 일자리가 늘어나는 동시에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의 계기도 마련되는 셈이다.
하지만 GCF가 원래 계획대로 모아지고 사무국 유치에 따른 실질적인 유치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이 유치 과정에서 내놓은 수많은 약속과 공약들은 단기적으로 차기 정부와 인천시가 떠안아야 할 부담과 과제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GCF 사무국 유치 자체가 경제적 효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상주 인원이나 기금 규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전망은 의미가 없다"고 경계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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