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의 요리는 중국 요리의 선입견을 없애준다"(유명 레스토랑 가이드 '자갓 서베이')
광둥식 중국 요리를 현대식으로 바꿔 이 같은 호평을 이끌어 낸 이가 바로 조선호텔 홍연의 정수주 주방장(사진)이다.
정 주방장 요리의 특징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되 기름을 적게 쓴 데 있다. 정 주방장은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시간 센불에 조리하고 기름에 볶은 채소는 물에 한 번 데쳐 기름기를 확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요리계가 인정한 중국 요리의 '명장'이기도 하다. 명장에 도전하기 위해선 큰 요리대회에서 금메달을 2번 이상을 받아야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처음부터 그의 꿈은 요리사는 아니었다. 인테리어 전문가를 꿈꾸던 19살 학생이던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러간 호텔 주방에서 진로를 바꿨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을 봤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말썽쟁이였던 그가 일본에 가면 혹여 나쁜 길로 빠질까 우려한 그의 어머니는 합격 소식을 쉬쉬했다. 대신 합격 발표가 날 때까지 친구 아버지가 주방장으로 있던 롯데호텔 '도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권했다. 그렇게 들어간 호텔 주방에서 그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주방장이 식사를 끝내야 부주방장 등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할 정도로 당시 주방의 규율은 매우 엄격했다"면서 "하지만 그런 주방장이 멋있어 보였다"고 회상했다.
시간이 갈수록 요리도 재미 있어졌다. 화교 출신인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식당 '동성관'에서 중학교 때부터 양파까기 등 일을 도우며 중국 요리를 몸으로 익혔다. 그러나 호텔에서 배우는 것은 또 달랐다. 그는 "호텔을 방문하는 세계적인 셰프로부터 배우는 것부터 일식.양식 등의 다양한 데커레이션을 보는 일 등 새롭게 배우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도 요리가 마냥 쉬운 길은 아니었다. 슬럼프가 3년 주기로 찾아왔다. 그때마다 선배들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에 버텼다. 그도 요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주방에 들어와 1~2년 하다 그만두는 친구가 많다. 가능성 있는 후배들이 그만둘 땐 너무 안타깝다. 목표를 가지고 왔으면 끝까지 가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42살, 1970년생이 국내 특1급 호텔에서 주방장을 맡는 일은 드물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노력과 주변의 도움을 꼽았다. "조리팀장이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줬다. 요리대회에 나갈 때면 소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요즘 내년 1월 메뉴 개편을 앞두고 분주하다. 콩.버섯.건해삼 등을 활용한 새로운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정 주방장은 "말린 버섯.해삼의 효능이 생물보다 몇 배 더 좋은데 한국에선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생선찜.고기찜에 콩소스를 넣는 등 콩요리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 고객들 대부분도 새로운 메뉴에 만족하고 있어 내년엔 전반적으로 바꿔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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