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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 부동산시장이 살아난다/강일선 로스앤젤레스특파원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16 17:35

수정 2012.11.16 17:35

[월드리포트] 미국 부동산시장이 살아난다/강일선 로스앤젤레스특파원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미국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경제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6년에 비하면 주택값이 형편없지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침체 이후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나서 보통 3~4년 정도가 지나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익을 챙긴(profit taking)' 돈들이 증시에서 빠져 나와 상대적으로 덜 오른 부동산과 같은 현물시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은 아직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저축한 돈을 다 써버린 데다 금융기관들이 개인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아서다.
이로 인해 개인의 주택구매 능력은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개인들이 집을 살 여력이 없는데 집값은 왜 오를까.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개인과 거꾸로 간다. 경제위기로 주가가 폭락할 때 개인은 주식을 팔기 바쁘다. 반면 거대 금융자본은 헐값에 주식을 사들인다. 몇 년 뒤, 주가가 올라 개인들이 따라붙을 때가 되면 거대 금융자본은 주식을 처분하고 부동산으로 옮겨간다.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오르고 개인들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때가 되면 거대 자본은 이익을 챙기고 다른 시장으로 떠난다.

개인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침체가 시작돼 주가가 폭락하면 개인은 생계를 위해 돈이 될 만한 것들을 현금화한다. 개인이 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하려면 상당 시일이 걸리고 그때가 되면 주가는 이미 많이 올라 있는 상태가 된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어도 대다수 개인은 집을 사지 못한다. 개인들이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생길 때면 경제는 이미 활성화돼 있고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라 있게 된다.

이와같이 개인은 늘 부자들의 뒤만 따라다니고 부자들의 부를 불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도 이런 사이클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주택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고급주택들이다. 캘리포니아 해안가에 위치한 비싼 주택들은 매물이 거의 없고 가격도 버블이 꺼지기 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도시 내 일반 주택들도 가격이 오르고 있고 근교 지역의 집값 역시 미약하나마 상승하고 있다.

요즘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집 소유주들이 서둘러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뉴욕 증시와 상품시장에서도 징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주택업체들의 주가는 시장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톨 브러더스의 주가는 14달러에서 31달러로 급등했다. 1년 전 5달러도 채 안되던 펄트그룹의 주가는 현재 1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품시장에서 목재가격은 최근 1년 사이 껑충 뛰면서 주택경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5~2006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미국 집들은 대부분 목재로 지어지기 때문에 목재 시세는 주택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면 미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고용이 늘고 개인의 가처분소득과 저축이 늘어날 때까지는 집값 상승이 오히려 가계 부담과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개인들이 경제적 효과를 피부로 느끼려면 아직도 최소 2~3 년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i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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