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듯이 회화의 예술, 즉 그림이 종언을 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21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회화의 예술(The Art of Painting)'전은 이런 사실을 웅변하기 위한 전시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이동기(46), 홍경택(45), 남경민(44), 정수진(44), 서상익(36)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작가 5인의 신작 50여점이 출품됐다. 30대인 서상익을 빼면 모두 1960년대 후반 출생인 이들은 화가로 데뷔한 지 길면 20년, 짧으면 10년된 '중견'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는 '당신은 도대체 왜 그림을 그리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일종의 대답이다.
또 거장의 얼굴과 작품을 한 화면에 배치한 초상화 작업을 내놓은 서상익은 "회화란 몸의 감각을 기억하는 예술"이라고 전제하면서 "육체에 기억된 감각을 표현하는데 회화만한 장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화엔 정확하지 않음, 딱 떨어지지 않음, 균열, 불균형 같은 아날로그적 매력이 있는데 나는 이런 가치들을 옹호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펜' 연작으로 유명한 홍경택은 인간 본연의 문제에 대한 탐구를 통해 회화적 깊이를 추구한 새 작업을 내놓았고, 남경민과 정수진은 기존의 '화가의 아틀리에' 시리즈를 한 단계 발전시킨 작업과 오랫동안 탐구한 새로운 시각이론을 담은 작업을 각각 선보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독립큐레이터 이진숙은 "20세기 이후 회화의 종언을 선언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지만 호모 픽토르(Homo Pictor), 즉 그림을 그리는 인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19세기적인 것과 20세기적인 것 그리고 21세기적인 것 모두가 공존하는 다양성의 시대에 회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30일까지. (02)720-1524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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