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건희 삼성회장,도전과 창조의 25년] (3) 반도체의 메카, 삼성 기흥사업장 가보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21 17:14

수정 2012.11.21 17:14

[이건희 삼성회장,도전과 창조의 25년] (3) 반도체의 메카, 삼성 기흥사업장 가보니..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일본 회사들이 축배를 들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는 뜻이겠지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도체 사업을 이만큼 잘 키워준 것에 대해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004년 12월 6일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사업 30년 기념식'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74년 삼성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던 시점부터 반도체 사업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만큼 이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은 남다르다. 각별한 애정의 대상이란 얘기다.

그룹 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8·9·16라인 등 개별 생산라인의 기공식 및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21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을 찾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모태가 된 곳으로 지난해 말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새로 태어난 1라인 건물이 특히 눈에 띄었다.

기흥 사업장에는 반도체 1~9라인, 14라인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4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효자' 제품이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오늘날과 같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불황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이건희 회장의 탁월한 안목과 과감한 결단력이 크게 작용했다.

1990년대 초반 삼성이 '스택'과 '트렌치' 기술이라는 두 개의 안을 놓고 고민하던 상황에서 이 회장이 '스택으로 가자'고 단숨에 결정했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01년 당시 플래시메모리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의 도시바가 합작을 제안해 왔을 때도 흔들림 없이 독자적인 길을 고수했다. 당시 도시바는 세계적 강자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삼성의 플래시메모리 사업은 거짓말처럼 도시바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섰다.

반도체 사업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초석이기도 하다.

1990년대 당시 중국의 서열 1~5위를 차지하고 있던 인물들(장쩌민 주석, 후진타오 부주석, 리펑·주룽지 총리 등)이 모두 기흥 사업장에 있는 5라인을 둘러봤다.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에서도 삼성이 가진 반도체 기술을 부러워했다. 1994년 11월 스웨덴 구스타프 국왕에 이어 1996년 스페인의 카를로스I 국왕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감탄하며 떠났다고 한다.

삼성 반도체는 1998년 3월 미국 오스틴 사업장(SAS)을 본격 가동하기에 이른다. 이 회장의 사업 수완은 이 대목에서도 빛난다. 그는 사업장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당 지역 주지사와의 관계 유지에 힘썼다. 정치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후방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이제는 중국 내 생산도 앞두고 있다.

사업장을 나서려는데 중간 지점에 우뚝 선 '삼성 시스템반도체 연구소(SR3·사진)'가 눈에 들어왔다.
'소프트 웨어의 중요성을 놓치지 말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에 따라 세워진 시설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모바일AP, 시모스(CMOS)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장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