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 기술 와이브로 ‘제4이동통신사’ 中企 투자 논란
와이브로(휴대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본격화된 가운데, 와이브로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업성 없는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에 3년 이상 매달려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정부의 와이브로 사업허가 계획이 지속되면서 신규 통신사업권에 유혹당해 투자비를 쏟아붓는 중소기업들도 잇따라 늘어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와이브로, 독자적 사업성 없다"…KISDI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롱텀에볼루션(LTE) 구축 전략과 데이터 요금제 동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LTE를 4세대(4G) 이동통신 표준으로 선택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존에 와이맥스(와이브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자들도 LTE로 전환한다고 선언하면서 (와이브로는) 단말기 생산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져 가고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특히 와이브로를 표준으로 보급하기 위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투자해 오던 인텔이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와이브로에 대한 지지 기반이 결정적으로 약화됐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의 이동통신 사업자는 8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올해 안에 LTE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이동통신 회사가 159개에 달한다. LTE를 4G 표준이라고 선언하고 장비계약까지 마쳐놓은 이동통신 회사는 세계적으로 93개국 292개에 달하고, 장비 계약을 마치지는 않았지만 LTE로 4G 망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해 놓은 회사도 55개가 더 있다. 결국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절반가량이 LTE를 표준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여기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하는 AT&T, 버라이즌,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 SK텔레콤, KT, LG U+ 등 메이저 사업자들은 일제히 LTE 진영에 서 있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통신시장에서 주력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장비 구입 가격을 줄일 수 있고, 단말기 수급이 용이해지는 것은 물론 세계적 이동통신사업자와 손잡고 로밍 등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서비스의 근본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세계시장의 열위기술을 이용해 서비스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소규모 지역사업자들의 틈새시장 계획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투자결정 신중해야
정부가 허가하려는 제4이동통신은 와이브로 기술만 써야 한다. 기술방식을 변경하려면 주파수를 반납하고 다시 경매를 받아야 한다. 이미 와이브로 주파수를 받아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도 최근 "와이브로 주파수를 다른 기술로 사용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며 기술방식 변경에 대한 희망을 표명했었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술방식을 변경하려면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고 못박자 기술방식 변경 논의를 접었다. KT가 와이브로 기술 포기를 시사한 이유는 "장비와 단말기를 구하기 어려워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세계 최대 와이브로 장비·단말기 생산업체인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와이브로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 와이브로 사업권을 받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예비사업자들은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전략과 함께 치밀한 장비·단말기 수급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등 사업에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예비 사업자들은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중견·중소기업 대상 투자유치 설명에서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히 드러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제4이동통신 사업 투자 결정은 세계 이동통신 시장 상황과 단말기 수급 등 세밀하고 전문적인 검토를 거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부도 와이브로 집착 버려야
사실 중소기업들이 와이브로 투자 유혹에 현혹되는 밑바탕에는 정부의 와이브로에 대한 집착을 믿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4G 이동통신 세계표준을 만들겠다며 국산기술로 개발한 토종 기술이다. 이 때문에 와이브로를 정부가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와이브로 컨소시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이에 대해 과거 와이브로 기술개발에 참여했던 옛 정보통신부 고위관료는 "와이브로 기술개발은 국내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외시장에 장비와 단말기 수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와이브로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휴대폰 업계가 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면 국내에 새 와이브로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더라도 와이브로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책실패는 시장성 없는 와이브로 사업권을 뒤늦게 선정해 시장의 혼란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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