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황 속에서 코스닥 상장사 30대 최고경영자(CEO)들이 활발히 뛰고 있다. 지난 2000년대 20대 나이에 창업해 10여년간 회사를 크게 키웠거나 창업자의 대를 이은 2세 경영자들이다. 21일 코스닥 업계에 따르면 전체 코스닥 상장사(1210개)에서 10개사 중 3개사가 30, 40대 CEO다. 30대 44명, 40대 333명으로 전체(1210명)의 35%를 차지했다. 30대 CEO의 절반 이상은 부친에게 회사를 물려받은 2세 경영자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과 시장 개척으로 코스닥을 주도하는 30, 40대 젊은 CEO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 활력이 넘친다는 의미"라며 "준비된 2세 경영자는 회사를 선대보다 한층 내실있게 도약시키는 에너지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기업가 정신과 책임감 없이 젊은 나이에 회사(지분)를 물려받은 2세 경영자 중엔 횡령, 배임, 주가조작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회사가 위기에 빠지는 일도 많다"고 했다.
■몇 안되는 30대 창업 CEO
20대에 벤처를 창업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고 10여년간 지속 성장하고 있는 창업자 CEO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그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 급성장 덕에 주가를 올리고 있는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빌 송병준 대표(38)와 컴투스 박지영 대표(39)가 대표적인 창업 CEO다.
게임빌의 올 3.4분기 누적 매출은 484억원으로 사상 최대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지난 1998년 국내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컴투스는 10여년 만에 연매출 8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올 3.4분기 누적매출은 557억원.
서른아홉 동갑내기인 유비벨록스 양병선, 이흥복 대표도 성공한 CEO로 꼽힌다. 지난 2000년 대학원에 다니던 이들은 유비벨록스 전신인 벨록스소프트를 설립해 모바일플랫폼, 스마트카드, 모바일 유심칩 사업 등으로 회사를 키웠다. 지난해엔 내비게이션 업체인 팅크웨어를 인수, 이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현재는 시가총액 15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모바일 솔루션업체로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CEO가 젊다보니 회사 문화도 딱딱하지 않고 부서간 업무 협조 등 유연성이 높은 게 강점"이라고 했다.
■2세 경영자, 회사를 키우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는 창업주가 맨바닥에서 일궈놓은 회사를 새로운 시도로 키우는 2세 경영자가 많다.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인 신양엔지니어링 양희성 사장(38)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신양엔지니어링에 입사해 부친 밑에서 실무를 배웠다. 이후 지난 2006년 창업자인 부친이 별세한 후 경영을 맡으면서 회사의 체질을 바꾸고, 휴대폰 트렌드 변화에 맞춘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변신에 나서고 있다. 올 2.4분기 코스닥 상장기업 신양엔지니어링은 2·4분기 매출액 457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었다.
휴대폰카메라 이미지센서용 필터 등 부품업체인 옵트론텍 임지윤 대표(34)도 20대에 부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사업을 물려받았다.
임 대표는 대표를 맡은 이후 카메라 부품업체인 해빛정보를 인수해 우회상장에 성공, 회사를 키워나갔다. 현재 옵트론텍은 세계 이미지 센서용 적외선차단 필터 시장을 주도하며 올 매출액 1300억원을 기대,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이 밖에 대명그룹 창업자인 고 서홍송 회장의 외아들인 서준혁 대명엔터프라이즈 대표(33), 2000억원대 회사로 급성장한 골프존의 창업주 김영찬 회장 아들인 김원일 골프존 대표(38), 코스닥 상장사 최연소인 경동제약 류기성 대표(31)도 대표적인 2세 경영자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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