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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기관 한국 엑소더스] (3) ‘금융허브’의 꿈 물거품 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04 17:28

수정 2012.12.04 17:28

서울 여의도 IFC건물 전경
서울 여의도 IFC건물 전경

외국계 금융기업의 '탈한국' 러시는 싱가포르, 홍콩 같은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던 정부의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논의하고 금융산업을 집중 육성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10년도 안돼 정부의 금융허브 꿈은 외국계 금융기업들의 한국 탈출로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허브 조성 의지 퇴색

지난 9년간 정부는 우리나라를 동북아 지역의 '특화 금융허브(Niche Financial Hub)'로 발전시키고 오는 2020년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공사(KIC) 설립, 국내 금융기관의 역량강화, 구조조정 등 상대적 우위 분야 육성 등을 통해 동북아 역내 리더십을 구축한다는 비전과 함께 7대 추진과제도 선정했다.



그러나 1차 목표 기한이었던 올해까지 제대로 실천한 과제는 사실상 KIC 설립이 유일하다. KIC는 국제적인 대형 투자기관으로 성장했지만 해외 유수 금융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하겠다던 계획은 이미 실패한 상황이며 아시아권을 대표하겠다던 특화 금융허브도 의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위한 금융중심지 사업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2009년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동과 부산 문현동을 국내 첫 금융중심지로 동반 지정, 복합 글로벌 금융타운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조차 낯선 이 사업은 정부의 외면 속에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심지어 금융중심지 선정에서 탈락한 인천이 독자적인 동북아 국제금융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히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불협화음도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싱가포르나 홍콩은 국가적으로 금융산업을 육성시켜 명실상부한 금융허브로 도약한 반면 우리는 한 국가 안에서도 서울, 부산, 인천 등으로 나뉜데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융허브'라는 야심찬 목표가 외국계 금융기업의 탈출로 위기를 맞으면서 오히려 후폭풍도 우려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이 이탈할 경우 기존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문제다. 현재 경제침체로 금융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외국계의 탈출은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세제 혜택 등으로 유치 이끌어야

이런 상황인데도 금융허브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게 될 서울과 부산 국제금융중심지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올해 완공된 서울 국제금융센터(IFC)는 외국 금융사 유치를 위해 사무실 3개 동과 특급호텔, 복합 쇼핑몰까지 갖추고 있지만 가장 먼저 지어진 첫번째 동만 입주가 제대로 진행이 됐을 뿐 나머지 동의 입주율은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입주를 하지 않은 이유는 '입주할 만한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크게는 100억원대가 넘는 이전 비용과 법인세 등으로 인한 혜택도 전혀 없어 굳이 이전할 필요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밀집지역의 경우 세제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가격이 비싼 데다가 주변 여건도 그리 좋지 못하다"면서 "현재로선 굳이 IFC에 입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본격적인 출범을 앞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부산 문현동 내 문현혁신지구에 세워지는 BIFC를 중심으로 일대를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는 이 사업은 2014년 1단계 사업이 완료된다.


문제는 당장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동산 활성화, 상권형성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 내에서도 부산국제금융센터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인지도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이 금융의 중심이라는 인식이 확고한 상황에서 부산에 둥지를 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인지도 제고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신규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