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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프인] 프로골퍼 출신 첫 사진전 개최 이기화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11 17:29

수정 2012.12.11 17:29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기화 프로.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기화 프로.


"경쟁이 심한 골프와 달리 사진은 마음으로 느낀 것을 뷰 파인더를 통해 담아내는 작업이라 항상 평온함을 가져다 준다."

수많은 골프 제자를 배출해 '한국의 레드베터'로 불리는 이기화 프로(55)가 말하는 사진 예찬론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수석 부회장을 역임한 이기화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 소재 파크갤러리에서 사진 개인전을 성황리에 열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5년만에 연 첫 개인전이자 프로골퍼 출신으로는 최초의 전시회로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작가 이기화'가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집에 있던 오빠의 카메라를 몰래 가지고 다니면서 나름대로의 작품활동(?)에 몰입했던 것.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기화가 당시 전문지식 없이 찍은 사진은 전문가들로부터 구도가 잘 잡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러한 잠재력은 나이가 들면서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꾸준한 할동을 했던 그는 작년에 중앙대학교 사진 아카데미 창작반에 등록해 체계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여 만에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숨겨두었던 끼를 마음껏 발산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눈길을 끈 작품은 사진으로는 처음 시도된 오각형의 결정체 이미지다. 사물을 작가의 눈에 의해 또 다른 이미지로 재해석하는 현대 사진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지도교수인 조주은 교수는 "이기화의 이미지는 '대상'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잔여'를 남기고 해석의 무한성을 사유하게 만들며 끊임없이 우리들을 매혹시킨다"며 "이 작품의 복합성은 지금까지의 사진이 향유했던 현실적이고 재현적인 행위에서 느끼지 못했던 무한한 즐거움과 함께 현실의 바깥(dehors)이라는 체험을 선물할 것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기화는 작품 활동을 위해서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카메라를 들고 산야로 뛰쳐 나간다. 그는 그런 점에서 사진은 골프와 유사성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정적인 것 같으면서 동적이다'는 점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견해다. 이기화는 "사진은 종국에는 108㎜의 홀 속으로 볼을 집어 넣는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이동'하는 골프와 마찬가지다"며 "사진을 찍으면서 이전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그동안 눈으로 보이는 풍경에만 의존하며 보았던 것들이 사진이라는 작업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한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그야말로 멈추니까 이제서야 보이게 된 것이다"고 사진을 통해 얻은 행복에 대해 설명한다.

첫 개인전 테마를 '지락무락(至樂無樂)'으로 정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락무락은 장자의 '지락편'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진리를 깨닫는 사람의 즐거움은 즐겁다는 자각이 없는 언제나 그대로인 것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자기만이 가지는 즐거움'이라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이기화는 지금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그의 골프 제자들은 "선생님이 사진을 하고 나서 예전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