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축성 보험에 대한 비과세 폐지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중소형사들이 즉시연금 판매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올 들어 보험업계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향후 역마진으로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큰 즉시연금 상품 판매를 줄여 왔다. 그러나 대형 생보사들은 여전히 즉시연금을 판매 중인 데다 비과세 폐지 방안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부 중소형사는 새로 즉시연금을 취급하는 등 다시 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AIA생명이 즉시연금 상품을 내놓고 은행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다른 중소형사들이 지난 8~9월 은행을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AIA생명이 즉시연금을 출시한 것은 시장 상황이 아직까지 크게 비관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비과세 폐지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없던 얘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품 판매를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AIA생명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형사들이 활발히 상품을 팔고 있고 세제개편안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상품 개발과 영업 파트에서는 지금 시장상황에서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즉시연금과 저축성보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의 세제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최근 들어 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중소형사들은 즉시연금 판매에 대해 회의적이다. 현재 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즉시연금의 공시이율은 4%대 중반으로 시중금리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면 결국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 알리안츠, 흥국, 우리아비바 등은 지난 8~9월에 은행을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은행을 통한 판매는 완전히 중단하고 현재 설계사 채널을 통해서만 즉시연금을 판매 중"이라며 "그러나 설계사 조직에서는 판매되는 양이 많지 않아 사실상 즉시연금 판매는 안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형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이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높은 금리를 보장하다 보니 돈이 많이 몰렸지만 시장에서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에 수익률만 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판매를 안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은행을 통해 판매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판매 채널이 약세인 중소형사들은 다른 상품들도 팔아주는 은행이 즉시연금을 팔라고 요구할 경우 이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마지못해 판매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들의 경우에는 직접판매도 많이 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은행에 의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은행들의 경우 판매 수수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에 즉시연금 판매를 다시 재개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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