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끝나면서 올 한 해 수많은 개인투자자를 울린 테마주의 거품도 서서히 걷히고 있다. 그러나 테마주 열기가 식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울분을 삭여야 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지난 6∼9월 벌인 16개 신규 테마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1만계좌가 손실을 기록했고 손실금액은 67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16개 테마주는 저점 대비 평균 172% 급등했는데도 개인은 665억원(개인비중 99.26%)의 손실을 봤다.
파이낸셜뉴스가 1년6개월여간의 대선 테마주 흥망성쇠와 경향을 분석한 결과 인맥관련 테마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테마주는 인맥관련주 주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관련된 대선 테마주 8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5조7682억원(지난 18일 종가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점 수준의 시가총액 14조6922억원의 60.7%인 8조9240억원이 증발했다. 시가총액은 테마주 광풍이 몰아치기 전인 지난해 6월 초(5조3171억원)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대선운동이 본격화된 2주 전(6조5475억원)에 비해서도 11.9%인 7793억원이 빠졌다.
올해 대선테마주의 특징은 인맥관련주가 많았다. 후보자의 공약에 영향을 받아 상승했던 테마주는 박근혜 테마주 중 복지정책 수혜주로 꼽힌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와 마지막 TV토론에서 집중 거론된 미래과학부 부활에 대한 기대감에 오른 과학기자재주 등이 손에 꼽을 정도다.
먼저 박 당선인의 인맥테마주는 대유신소재, 비트컴퓨터, EG, 하츠 등이다. 이들 테마주는 20일 개장과 동시에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하지만 이들 테마주는 최고가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은 지 오래다.
문 후보 인맥테마주는 대주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에 편입된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가 변호사 시절 고객회사였다는 바른손과 회장이 문 후보와 경남고 동문이라는 조광페인트도 인맥테마주로 분류된다. 이들 주가도 최고가 대비 80% 정도 빠졌다.
인맥 테마주는 17대 대선부터 늘기 시작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해만 해도 대선 테마주는 정책 중심의 수혜주라는 상승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한 아트라스BX, 정동영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한 윤흥렬씨가 사장이었던 스포츠서울21, 이회창 후보의 먼 사돈이 최대주주였던 단암전자통신 등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대주주들의 뛰어난 재테크(?)
개인투자자는 대선테마주에 울었지만 대주주들은 틈새전략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상승재료 없이 인맥만 앞세운 덕분이다.
고점 대비 90% 하락한 안철수 테마주 미래산업과 써니전자가 대표적이다. 미래산업 최대주주인 정문술 회장은 주가가 고점을 찍자 보유주식 2254만주 전량을 402억원에 매도했다. 써니전자 곽영의 회장과 곽경훈 사장 등 최대주주 일가가 지난 5~12월 수차례 주식을 장내매도해 173억원의 실탄을 챙겼다.
아가방컴퍼니 김욱 회장도 올해만 15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비트컴퓨터 조현정 회장도 두 차례에 걸쳐 13만5000주를 팔아 11억원을 챙겼다.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 이승열 대표와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도 수십억원대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들의 뛰어난 재테크 후 이들 종목은 연속 거래일 하한가를 맞으며 적게는 50%대, 많게는 90%까지 주가가 빠졌다.
이처럼 일부 테마주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예상되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테마주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는 결국 기업 가치에 맞는 수준으로 돌아가 거품이 꺼지기 마련"이라며 "대선 테마주 투자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테마주 가운데 하나였던 이화공영은 지난 2007년 8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000% 넘게 오르며 3만원대를 기록했지만 현재 주가는 1770원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대선 이후에도 정치테마주를 추적조사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상설반으로 설치된 '테마주조사특별반'을 대형사건을 조사하는 '특수부' 성격의 기구로 전환하고 이상급등 종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박신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