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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농화학·식품공학·양조학 섭렵 김준철 와인협회장

남형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21 17:19

수정 2012.12.21 17:19

[fn 이사람] 농화학·식품공학·양조학 섭렵 김준철 와인협회장

"와인은 서양식 '반주'입니다. 즐기다 보면 늘어요."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60·사진)의 말이다.

와인이라고 하면 어렵고 사치스럽게 생각하는 국내 인식 수준이 자못 안타깝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에 따르면 유럽에서 와인은 국물 요리가 없는 유럽의 음식에서 일종의 '국물 역할을 한 것'이다.

빵과 고기, 감자 등 퍽퍽한 음식을 주식으로 먹다보면 아무래도 음료수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고, 그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던 포도로 만든 포도주가 식사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처음에는 술이 아니라 포도즙을 먹었을 것이라며 점차 장기 보관을 위해 포도주로 바뀌게 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마치 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막걸리가 서민들의 사랑을 받은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물론 모든 와인이 '반주처럼, 막걸리처럼'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 들어온 와인은 1만원 미만의 싼 것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희귀 와인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우리 전통 요리도 궁중요리는 격식을 갖춰서 점잖게 먹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몇백만원짜리 와인을 마실 때는 당연히 조심스럽게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먹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술도 발상지의 문화가 녹아 있다"고 강조하는 김 회장은 보기 드물게 전공과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시킨 사례에 속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농화학과 식품공학을 전공한 그는 학창시설 습득한 '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동아제약이 인수한 와인 회사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와인 양조학을 공부한 그는 본격적으로 와인의 세계에 뛰어들게 됐다.

현재 그는 서울 강남에서 와인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와인스쿨은 초심자나 취미과정부터 소믈리에 과정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교육과정 가운데에는 뜻밖에도 '프랑스어 기초'와 '서양 문화와 역사'가 포함돼 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는 "와인은 맛과 향도 중요하지만 그에 얽힌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소믈리에처럼 될 필요는 없지 않나요"라며 "오히려 와인을 마시면서 '이건 나폴레옹이 즐기던 와인이다'라고 한다면 더 즐거운 자리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연말 가족모임에 '4만원짜리 칠레산 와인'을 추천한 그는 "와인을 어렵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즐길 거리로 생각해 달라"며 "다만, 너무 많이 마시진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권장하는 와인의 적정량은 한 사람당 반병 미만이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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