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관과 배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산업용 피팅(fitting), 이른바 관이음쇠를 만드는 성광벤드는 올해 3.4분기까지 매출액이 지난 한 해 매출액에 육박한다. 4.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분으로 고스란히 잡히게 된다. 조선산업과 풍력 및 태양광산업 불황으로 부산.경남에 위치한 기계부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매출 신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이는 수십년을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관이음쇠를 생산·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같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인 글로벌 산업플랜트 및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설비증설 효과에 매출 급증
지난 21일 성광벤드를 방문하기 위해 찾은 부산의 대표 국가산업단지인 녹산공단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최근 조선업의 불황으로 인근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런지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기 힘들었다. 주변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언론에 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성광벤드 측을 겨우 설득해 찾아가는 길이라 그런지 녹산공단의 공기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실제 성광벤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성광벤드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750억원, 73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매출액은 35% 이상, 영업이익은 130%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성광벤드 1차 협력업체 30여곳과 140여개에 달하는 거래처는 다른 기업과 달리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다.
이 같은 매출 증가 원인으로 △전방산업인 건설 및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견조한 수주실적에 힘입어 전년 대비 51% 수준의 강한 외형성장을 달성했고 △설비 증설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신규 설비의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정우창 애널리스트는 "지난 2.4분기에 기존 생산능력 대비 20% 증설을 완료하는 것은 물론 신규 설비의 가동률도 3.4분기에 약 50%에 달하면서 빠른 속도로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이러한 설비 증설 효과에 힘입어 앞으로도 강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보적 기술력이 급성장 배경
성광벤드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관이음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1963년 성광벤드공업사로 출발한 성광벤드는 창업주인 안갑원 회장이 고철 수입을 위해 매입한 폐선박에서 관이음쇠를 발견, 이를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 생산에 성공하면서 발전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이후 1978년 남해화학에 관이음쇠를 공급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국내 대형 조선소, 종합 건설, 화학.정유회사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제2의 도약기는 지난 2003년 안재일 사장이 2세 경영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안 사장 취임 전인 2003년 800원대이던 주가는 21일 현재 2만3600원을 기록해 30배가량 뛰었다. 매출액도 지난 2004년에는 1200억원대에서 올해 3750억원, 2014년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광벤드는 현재 3000종이 넘는 각종 관이음쇠의 금형을 보유, 어떠한 주문에도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정유.해양플랜트 업체에도 제품을 공급 중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52.23%를 기록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고성장세 주목
성광벤드 역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매출처 다양화에 본격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이 약 60%로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이후 조선사들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 여파로 올 들어 조선.해양 부문의 매출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드릴십, 액화천연가스(LNG) 등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부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스테인리스 제품의 비중이 높아 제품믹스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양증권 정동익 애널리스트는 "성광벤드의 조선.해양부문 비중은 지난해 4.4분기 9.5%에서 올해 3.4분기 24.0%로 급증했으며 특히 스테인리스 제품 비중은 33%에서 36%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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