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3 HIGH KOREA] 집 팔아야 ‘재기 기회’..멀고 먼 개인회생절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01 17:14

수정 2013.01.01 17:14

[2013 HIGH KOREA] 집 팔아야 ‘재기 기회’..멀고 먼 개인회생절차

기업회생절차의 개정이 기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에 부닥쳐 난항을 겪고 있다면 개인회생절차는 지나치게 가혹한 책임추궁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개인회생 제도는 소득의 상당부분을 채무변제에 충당해야 하고 살고 있는 집을 경매에 넘기고 난 뒤에야 재기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재기'라기보다 '완전한 파산' 쪽에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법무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인 채무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통합도산법 개정안에 반영했다. 대표적인 것이 '별제권'의 제한이다.

별제권은 채무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담보채권자가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다.

별제권은 결국 담보대출을 해 준 은행에 유리한 제도여서 은행들은 파산위기에 놓인 채무자들의 주택을 압류해 경매에 넘기는 것을 막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택담보 대출 등 은행대출 비중을 높여 아파트 등을 구입했다가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다.

주거가 안정되지 못할 경우 전세나 월세 부담이 가중되면서 개인 채무자들의 회생 역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도산법에서도 개인 채무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반영돼 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법무부가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법무부 안에 주택담보 대출에서 별제권을 배제하는 특례규정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됐다가 이번 19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 18대 국회에서 통합도산법 개정이 끝내 실패한 것도 결국 금융권의 반대가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통합도산법 개정안이 오히려 주택담보기능을 약화시키고 주택소유자와 무주택자 간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11일 '도산법 개정 논의와 하우스푸어 문제' 보고서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소유자의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하우스푸어 대책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며 "현행 제도하에서도 별제권 면제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프리워크아웃을 통해 개정안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로펌 소속의 중견 변호사(59.사법연수원 16기)는 "결국 은행이 회생과정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개인채무자들이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는 "금융기관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개인회생절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은행들이 양보해야 할 몫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용진 조상희 최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