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200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외를 달리던 한 운전자로부터 다급한 구조 요청이 접수됐다. 자동차는 시속 190㎞의 속도로 다른 차를 들이받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차 안에 타고 있던 일가족 4명이 그 자리에서 모두 숨졌다. 가속페달 부품 불량으로 인한 리콜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져 도요타자동차는 1937년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됐다.
'품질경영' '경영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며 자동차 업계 전반을 '도요타 웨이(Toyota Way)'로 이끌었던 도요타. 부품 불량 하나가 도요타 웨이에서 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쾌속질주를 멈추게 한 원인이 되고 말았다.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는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의 사례로 남았다. 특히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새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뿌리산업이란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기초 공정산업, 즉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열처리·표면처리 등을 가리킨다. 도요타 사태의 발단이 됐던 브레이크 부품처럼 최종 제품에 내재돼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룬다.
뿌리산업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국가 주력산업과 첨단산업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뿌리산업 현장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전체 뿌리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99.9%에 이른다. 이마저도 직원 10명 미만의 소기업이 대다수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력산업 성장에 큰 힘을 보태 온 뿌리산업 육성을 위해 산·학·연·관이 적극 나서고 있다. 뿌리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을 해소하고 지원량을 늘려 수요산업과 동반성장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기본계획은 뿌리산업 전반에 기술과 공정, 인력, 경영.복지가 선순환을 이루게 해 주력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기업별 맞춤형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기술역량을 높이는 한편 자동화.스마트화 공장을 구축해 일하기 쉽고 생산성이 높은 일터를 만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뿌리기업 지원에 대한 투트랙(Two-Track) 전략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부가가치 핵심 뿌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연구개발(R&D)을 집중 지원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고, 범용 뿌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건강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력난 해소, 장비 구축 등의 경영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력이다.
이제 뿌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주력산업의 지속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강을 향해 달릴 수 있는 가속 페달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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