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기업 윤리경영 고삐.. “축의금·화환 안받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03 17:40

수정 2013.01.03 17:40

대기업 윤리경영 고삐.. “축의금·화환 안받습니다”

#. 당사는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이루고 깨끗하고 모범적인 거래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정기적인 교육 및 공문발송 등을 통해 부정을 근절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계절적으로 결혼, 조의 등 경조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시기로 부정사고 예방을 위해 당사의 경조금품 및 화환 관련 가이드 라인을 재공지하오니 준수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당사 임직원이 귀사 임직원으로부터 경조금품 및 화환 등을 전달받을 경우 당사 윤리경영 규정에 의해 중징계를 받게 되며, 거래회사는 거래정지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귀사의 따뜻한 마음만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사오니 저희 임직원의 경조사에 경조금품 및 화환 등의 전달은 금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임직원이 경조사를 통보하거나 경조금품 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연락 주시면 비밀을 유지하고 귀사에 불이익이 없도록 즉시 해결 후 결과를 통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귀사 임직원들의 경조사가 발생한 경우에도 당사 게시판을 통한 게시는 금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

이는 지난해 12월 17일 삼성 계열사 경영진단팀이 대표이사 명의로 전체 협력사들에 우편으로 발송한 경조사 관련 윤리경영 준수 공문이다. 대기업들이 얼마나 윤리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가혹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줄 정도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열사와 협력사가 모두 경조금품이나 축하 화환 등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하는 윤리규정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협력사와 식사를 할 때 본인이 식사비를 내야 하고, 금액도 2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삼성은 또 임직원이 부득이하게 협력사로부터 상품권이나 선물 등을 받았을 경우 즉시 되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혹시 상품권이나 선물 등을 되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 해당 인사팀에 신고토록 하고 있다.

LG의 경우 3일 임직원들이 협력사를 비롯한 업무 관련자로부터 경조금을 일절 받지 않도록 하는 경조 관련 윤리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구본무 LG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강력한 정도경영 실천 의지에 따른 것.

구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정도경영과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윤리경영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LG는 새해 윤리규범을 엄격하게 손질해 전 LG계열사에 적용토록 전달했다.

그간 LG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5만원 이내 수준의 경조금과 승진 시 축하 선물 등을 받는 경우 각 계열사 윤리사무국에 신고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 LG는 이조차도 전면 금지토록 했다.

또한 LG는 전무급 이상 고위 경영진부터 특급호텔 등 호화로운 장소를 피하고 하객 규모와 예물도 최소화해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것도 장려키로 했다. LG는 임원 자녀 결혼식의 사내 게시판 공지도 전면 중지키로 했다.

현대차도 윤리경영을 글로벌 경쟁시대 핵심 경영요소로 여기면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대·기아차는 임직원들이 설날이나 추석 등 민속 명절에 선물이나 금품을 일절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협력업체에 선물이나 금품을 요구하는 등 부정한 임직원이 적발되면 철저히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해 전 임직원이 일상 업무에 있어서 법과 규제는 물론 사회적 통념으로 기대되는 윤리적 기준을 준수토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김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