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레알사전.' TV 예능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코너 이름이다. 특정 단어를 이해당사자 입장에서 새롭게 정의를 내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테면 회사원들에게 회식이란 "일 끝나고 또 일하러 가는 것" "가기 싫어서 교회 다니는 사람도 제사 지내게 만드는 것" 등으로 풀이한 게 '현대레알사전식' 정의다.
만약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레알사전식'으로 정의하면 어떨까. 정치권은 "대선 핵심공약으로 '가야 할 길'이지만 현재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것"으로 정의 내릴 법하다. 재계는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장애물", 혹은 강도를 조절해 "기업들이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경우 "제대로 되면 공정한 기업환경의 토대가 되는 만큼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해석되며, 국민들은 "정치-자본 권력 간의 타이틀매치로 예의주시할 법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경제민주화의 '뜨거운 감자'였던 그룹 총수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재벌에 회초리 수준을 들 것인지 몽둥이를 두드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 등의 해석도 나올 법하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과 재계, 중소기업인, 국민들의 심리적 간극이 큰 데서 비롯됐다.
실제 지난해 12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간 첫 만남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화두만 같았을 뿐 경제민주화를 염두에 둔 대화에서는 동상이몽의 대화만 오갔다. 박 당선인은 "우리 대기업도 좀 변화해 주시기 바란다. 우리 기업이 지금과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국민의 뒷받침과 희생이 있었고, 국가 지원도 많다"고 밝혀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불행히 세계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 경쟁국이 맹렬히 추격해오고, 이대로 간다면 선진국을 향한 마지막 고비를 넘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여기에 박 당선인은 지난 4일 중소기업중앙회 신년회 축하메시지를 통해 "새 정부는 우리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불공정.불합리.불균형 등의 3불 해소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겠다"며 '중소기업 대통령'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세우든 잊어서는 안 되는 게 꼭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역시 궁극적으로 새 정부가 보듬고 키워야 할 '우리 편'이라는 사실이다. 이리저리 정부 눈치나 살피는 주눅 든 기업은 국가경쟁력에도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계 역시 경제민주화 담론 내부에는 성장도 동시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당장 어려움이 예상된 만큼 대통령의 국민과의 약속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한국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경제민주화는 '가야 할 길'이고 공정한 기업환경을 토대가 되는 만큼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들이 제대로 준비해 완성해야 하는 것"으로 '현대레알사전'에 정의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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