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덥지 않은 사람은 쓰지를 말고(疑人勿用) 일단 쓰기로 마음 먹었으면 의심하지 말라(用人勿疑)."
삼성의 인사철학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 말은 1345년에 완성된 중국의 역사서인 송사(宋史)에서 유래됐다. 비록 동서양이 다르고 약 650년 이상의 시차가 있지만 통치와 경영을 위한 지혜와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양의 지혜가 훨씬 맛이 있고 심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K씨는 A생명보험 회사 재직 시 3년간 영업소장을 한 적이 있다. 영업소 근무 경험이 없이 본사 스태프 부서에서만 근무하다 영업소장이 되었지만 1800명이 넘는 영업소장 중 전국 1등을 독차지한 회사 최고의 스타 영업소장이었다.
그가 처음 발령을 받은 곳은 회사 내 최고참 지점장 산하 영업소였는데 그 지점의 지리적 위치(서울 명동)나 지점장의 위상 때문에 영업소장들은 뛰어난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억지로라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1년 후 그의 영업소는 조직 개편에 의해 다른 지점 소속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비교적 젊고 합리적인 B지점장을 모시게 되었다. 나중에 이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오르게 된 B지점장은 K소장을 불러 그동안 원로 지점장 모신다고 많이 힘들었을 테니 당분간 지점 업적에 신경 쓰지 말고 조직을 정비하라는 지시를 했다.
부진한 지점 전체 목표관리를 위해 자신에게 부담을 최대한 지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유와 신뢰를 보여주는 지점장의 배려에 감동한 K소장은 매월 기대 이상의 업적뿐 아니라 지점 업적이 어려울 때는 앞장서서 총대를 멨다.
그러나 다음 해 초 엘리트로 알려진 젊은 지점장이 새로 부임을 해 오면서 지점 분위기가 급변했다. 부임 첫달 영업이 저조하게 끝나자 지점장은 20여명의 영업소장을 모아 회의를 하면서 "외부에서 우리 지점에 A급 영업소장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누가 A급인지 한 번 나와 봐라.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입을 찢어버리겠다"며 극언을 퍼부었다. K소장이 두 달 후 승진해 본사 핵심부서 관리자로 떠난 후 우수한 영업소장 몇 명과 설계사들이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 지점의 실적은 점점 내리막길을 걷게 돼 임원 승진을 꿈꾸던 그 지점장도 오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2000년 전 중국의 삶의 지혜를 담은 '반경(反經)'에는 왕의 길과 신하의 길이 명쾌히 제시되고 있다.
'신하는 임무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써 자기 능력을 삼고, 군주는 사람을 제대로 쓰는 것으로써 자기 능력을 삼는다. 신하는 자신의 생각과 계책을 잘 말하는 것으로써 자기 능력을 삼고, 군주는 신하의 의견을 잘 듣는 것으로써 자기 능력을 삼는다. 신하는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써 자기 능력을 삼고, 군주는 상과 벌을 법도에 맞게 주는 것으로써 자기 능력을 삼는다. 결국 사람을 아는 것이 왕의 길이고 일을 아는 것이 신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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