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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니들이 ‘아름다운 승복’을 알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07 17:25

수정 2013.01.07 17:25

[fn스트리트] 니들이 ‘아름다운 승복’을 알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아름다운 승복'을 보여줬다. "패배를 인정합니다.국민께서도 이제 박근혜 당선인을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대선을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킨 멋진 마무리였다. 최선을 다해 싸우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선거에서의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런데 이런 문 후보와 달리 일부 문 후보 지지세력은 도저히 결과를 인정할 수 없는 모양이다. 대선이 끝난 지 20여일이 됐지만 아직도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수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네티즌들로 구성된 '선거소송인단 모임'은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전자개표기를 이용한 개표절차상 불법 선거관리,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5일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서 촛불시위까지 열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대선 직후부터 수검표 청원운동이 벌어져 23만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심지어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도 수검표 청원을 올렸다. 한국 선거 문제를 왜 백악관에 호소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제시하는 개표부정의 증거가 한심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문 후보 지지표가 무효표로 분류됐다, 전자개표기가 조작됐다, 투표수와 개표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았으나 하나같이 근거가 불분명했다. 선관위도 지난 1일 이런 의혹에 대해 낱낱이 해명했다. 오죽하면 민주통합당도 이런 의혹 제기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우리는 어쭙잖은 부정선거 논란이 낳은 후유증을 이미 1987년 대선 때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개표가 컴퓨터로 조작됐다"며 선거무효소송을 냈다. 사전에 계획된 득표 상황을 TV로 먼저 내보내고 이후 선관위가 이에 맞춰 집계했다며 TV화면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결국 방송사들이 속보경쟁을 하느라 선관위의 검산을 거치지 않은 집계 결과를 내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작설은 없던 일로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회가 무려 2년 동안 조작설을 조사하는 등 국정 낭비와 불신 풍조 조장이라는 폐해를 겪어야 했다.

독재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선거부정이 지금도 횡행하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다.
그들이 하루빨리 미망(迷妄)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