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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농약없이도 건강한 작물 재배 가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08 17:28

수정 2013.01.08 17:28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농약없이도 건강한 작물 재배 가능”

식물.미생물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호전달 현상을 발견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사진)는 식물이 해충의 공격에 대항해 자체 면역을 증진시키기 위해 뿌리 주위의 유용한 미생물을 유인하는 현상을 규명했다. 이 연구를 통해 향후 식물의 신호를 찾아내 농약없이 해충을 퇴치하고 건강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동기는.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식물과 동물, 미생물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었다. 이에 대해 고민을 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신호를 받고 반응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조사하다 보니 식물도 여러가지 신호를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현상들이 발견됐다.


가장 먼저 식물의 오감이 존재할지에 대해 고민해 봤다. 본다는 것을 빛을 인식한다고 정의하면 식물도 빛을 인식해서 파란잎이 나오고, 식물이 휘발성물질을 인식하는 것을 보면 냄새를 맡는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식물에 스트레스를 주면 옆 식물체가 이에 반응할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식물끼리도 서로 커뮤니케이션 작용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식물 잎사귀를 갉아먹는 곤충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잎파리나 뿌리에 신호를 주는데 이 신호가 무엇일지 연구하게 됐다. 기존 연구에서는 잎에서 잎으로 수평적인 대화의 연구는 많이 됐는데 잎에서 뿌리로 가는 신호는 연구가 없었다. 어느 날 온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는데 잎사귀에 하얀 점이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 2~3㎜ 되는 작은 날아다니는 곤충이었는데 이게 온실가루이였다. 이걸 보고 힌트를 얻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연구 성과 및 파급효과는.

▲이번 연구에서 식물과 식물이 서로 대화를 할 뿐 아니라 미생물과도 대화해 해충을 퇴치하고 자체 면역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향후 식물의 신호를 찾아내 농약 없이 해충을 퇴치하고 건강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연구 결과는 생태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인 99년 전통의 영국 '생태학지'에 게재됐는데 우리나라 과학자가 주도한 연구 성과로는 최초다. 발표 이후 여러 학계에서 연락을 받아 연구를 제안받았으며 다른 학자의 연구에 인용되는 횟수도 많았다.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발명이나 발견은 지금은 사용법을 모르지만 10년 뒤에 엄청난 사용처를 알아서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노벨상을 받는 대부분의 연구가 그런 일들이다. 한국사회는 이를 허락해줄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응용연구는 특허나 사업에 적용해서 돈을 산출할 수 있지만 기초연구는 응용연구에 비해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논문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논문이 없으면 멋진 아이디어로 연구를 제안해봤자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일본은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하면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이 제일 아쉽다.

―현재 기초과학 지원 제도 중 개선돼야 할 점은.

▲우리나라는 연구의 평가가 1년 단위로 되는데 이것저것 정치적인 문제들 때문에 1월에 시작해야 하는 과제가 3~4월에 시작하게 되고 연구비는 5~6월에 들어오고 7월에 중간평가를 하게 된다.

결국 6개월 만에 논문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 과정에서 예전에 연구했던 논문도 끼워서 발표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실패를 용인해주는 게 기초연구다.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해서 정부가 지원을 해 주길 바란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