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후 연이어 재계를 방문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행보에 견준 '비교 포인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당선인이 사실상 이명박 정권의 연장인 데다 모두 '경제활성화'를 강조했거나 하고 있지만 경제정책 운영의 핵심 사안에서는 차이가 난다. 박 당선인은 이른바 '손톱 밑의 가시를 뽑는' 중소기업 살리기를 천명한 반면 이명박 당시 당선인은 '전봇대 뽑기'로 대표되는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재계 행보 모두 '中企 살리기'
박 당선인은 9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회장단과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규제 개혁, 기업환경 개선,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도 당부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인 만큼 청년들에게 더 큰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경제인과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당선인은 당선 1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첫 공식 행보를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 단체 연합회 면담으로 잡았다. 선거 기간 내내 강조한 '경제국정 운영의 중심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박 당선인 측 설명이다.
박 당선인은 이때도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제일 먼저 왔다"면서 중산층을 70%까지 재건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으로 바꾸고 '3불'을 해소하며 공정 및 투명한 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당선인은 같은 날 찾아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대기업 회장단에게 "대기업이 성장하기까지 국민과 희생이 있었던 만큼 공동체 전체와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이나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일도 자제되었으면 한다"고 고통 분담을 주문했다.
다만 기업규제 완화 부분은 이명박 당선인 때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기업 규제 완화에서 대기업을 제외'하는지 기자들이 묻자 "중소기업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것을 완화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MB, 12차례 재계 회동 '친기업'
재계와 만나는 것 자체는 박 당선인이나 이 당선인 때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목적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당선인 때는 당선 9일 뒤 재계 총수를 시작으로 인수위 활동기간 기업 관련 인사와 12차례에 걸쳐 만나는 내내 '비즈니스 프렌들리(친화) 정부'를 강조했다.
2008년 1월 2일 10개 경제연구소 소장과 함께 경제환경을 점검했고 다음 날 중소기업인을, 1주일 지나서는 은행장 등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대면했다. 당선 한 달여 만에 경제계를 한 바퀴 돌면서 기업의 아픈 곳을 긁어줬다.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기대 이상', '경제대통령의 면모'라는 찬사가 쏟아졌으며 과거 정부에 대해서는 '재계와 대화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구분 없이 기업이 잘돼야 국가가 잘된다는 원칙이다. 박 당선인이 '중기를 살려 상생하겠다'면 이 당선인 때는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완화'를 목적에 둔 것이다.
이는 '규제 전봇대 뽑기'로 요약된다. 이 당선인 때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 전봇대 때문에 대형 트럭 운행이 어렵다고 공무원을 질타한 사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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