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애널리스트의 빛과 그림자] “기업에 치이고, 투자자에 욕먹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20 16:56

수정 2013.02.20 16:56

"우리도 힘들다. 하루에 4~5시간만 잠을 자면서 뛰어다니고 있다. 분석대상인 기업들에 치이고, 투자자에게 욕을 먹는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돈만 축낸다고 난리다."

애널리스트들도 할 말이 많다.

한마디로 동네북 신세다.

가장 어려운 것은 분석대상인 기업들이다. 애널리스트는 누구의 간섭도 없이 객관적 입장에서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자기 회사에 조금이라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보고서가 나오면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후 보고서는 어느새 사라지고 해당 업체 탐방은 엄두도 못낸다.

증권사의 경우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법인 영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바로 애널리스트다. 기업들의 회사채 주간, 인수합병(M&A) 등 각종 일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쁜 보고서를 계속해서 고집했다간 완전히 물 건너간다. 애널리스트도 직장인일 뿐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그만두고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역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제1 조건은 정확한 실적추정 분석에 목표주가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보고서 한 건을 안 써도 영업을 잘하면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애널리스트는 다행이다. 리서치어시스턴트(RA)들은 주말도 없다. 인간 이하의 인격적 모독을 받기도 한다"면서 "특히 대기업 그룹에 속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경우엔 관련 기업의 분석에 있어 상당한 압박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일반투자자들은 대놓고 육두문자를 쏟아낸다. 자초지종이고 뭐고 없다.

K애널리스트는 "담당하는 종목이 별로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몸이 두 개가 아니고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거래량이 없거나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은 괜히 분석을 했다가 낭패 보기 일쑤다. 애널리스트가 담당하지 않는 종목 가운데에서도 좋은 기업이 있을 수 있지만 좋지 않은 기업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매일 오전 7시 출근해 7시30분이면 미팅을 한다.
그리고 전날 쓴 보고서를 보고 문의하는 각종 투자자와 언론을 상대해야 한다. 기업 탐방과 기관투자가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등을 거치면 어느덧 저녁이다.
늦은 저녁을 먹고 기업 보고서를 쓰면 시간은 벌써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