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새 정치 새 나라, 우리 하기 나름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18 17:11

수정 2013.03.18 17:11

그 춥던 겨울이 물러가고 새봄이 왔다. 저기 오시는 봄 처녀는 마침 여왕 김연아의 귀환과 때를 맞췄다. 여왕의 아름다운 율동에 세계가 넋을 잃는 그 자리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자랑스러운 나라 자랑스러운 국민이 아닐 수 없다. 정치 무대에서도 분명 이 봄을 슬프게 만들면 안 된다는 각성이 들었나보다. 47일간 이 나라 정치를 극도의 대립 속에 빠트렸던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17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대통령은 국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은 할 일이 많아졌다. 47일간의 지각 출범을 반성하는 뜻에서 성심성의를 보여야 한다. 새누리당이 대선공약 입법화에 시동을 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야의 공통 공약도 많고, 이번 타결에서 야당이 합의 해준 사항도 많다. 우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는 검찰 개혁이 급선무다.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상반기 안에 입법 완료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조치도 속도를 내야 한다. 공정한 시장은 불공정행위가 근절된 시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부적으로 손질해야 될 부분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은 폐지된다. 그리고 고발 요청은 감사원장.중소기업청장.조달청장 등으로 확대된다. 이렇듯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모두 210개의 입법이 필요하다. 이 중 150여건을 연내 입법화하겠다는 게 정부 여당의 계획이다. 이제 정부조직법 개정의 수렁에서 빠져나왔으니 개혁의 속도를 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 확대는 어려운 문제다. 행복시대를 고대하는 국민의 기대 수준은 높아지는데 처방은 간단히 내릴 수 없다. 복지재원 마련은 한시가 급하지만 앞길은 험난하고, 창조경제는 말은 쉽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책임과 배려의 마음이 넘치는 사회가 분명 '방향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의 구체안에 부닥치면 난감하다.

안에서만 할 일이 많은 게 아니다. 북핵 위협은 시시각각 긴장의 도를 높이는데 우리는 불감증인지 둔감증인지 못 느끼고 있다.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위협을 뿌리뽑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결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조속 개정하지 못하면 원자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큰 고통이 따른다. 아베 신정권의 극우화에 대처해야 하는 대일 외교, 시진핑시대의 본격 개막에 따른 대중외교 등이 모두 가시밭길이다.

그러나 이 어렵고 험한 일을 우리는 해내야 한다. 이 새봄에 농부만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게 아니다.
정부가 또 여야 정치인들이 땀흘려 터전을 갈고 희망의 씨를 뿌려야 한다. '식물국회', '식물정부'와 결별해야 한다.
지난 47일간이 '혼란=민주주의'를 보여준 시기라면 앞으로는 '양보와 타협=한국적 민주주의'임을 보여줄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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