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키프로스 사태’ 이래도 저래도 ‘불안’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19 19:37

수정 2013.03.19 19:37

유럽 구제금융의 집행주체인 '트로이카'가 소액 예금주엔 세금을 물지 않기로 하면서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조건이 다소 완화됐지만 '키프로스 사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트로이카와의 협상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9일(이하 현지시간) 표결에서 의회가 협상안을 거부할 경우 키프로스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의 수순을 밟게 된다.

정부에 이어 19일 의회에서도 협상안이 통과한다 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협상안이 실행될 경우 키프로스에서 자본이탈 및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탈리아 및 스페인과 같은 중심국 역시 키프로스처럼 '전례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유로 꼽힌다.
트로이카는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EC)로 구성된다.

앞서 트로이카는 키프로스 국내 모든 계좌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었으나 18일 새벽 콜 컨퍼런스에서 10만유로 이상의 고액 예금에만 세율 15.6%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구제금융 재원을 사실상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마련하겠단 계획에 전세계가 반발하면서다.

■중심국도 '희생자'될 수 있어

우선 구제금융 집행 여부와 무관한 시나리오다. 키프로스 국내 예치금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금엔 손 대지 않는다'던 금기가 깨져 전세계가 공포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번에 키프로스가 뒤집어 쓴 '독박'을 앞으로 역내 다른 회원국이 뒤집어 쓰지 말란 법이 없단 것. 특히나 역내 회원국 중에서도 약소국인 키프로스가 그 첫 '희생자'가 됐다는 게 큰 충격이었다. 지원의 조건으로 '늦게 본 막둥이'에게 이 만한 대가를 치르게 했으니 스페인 및 이탈리아와 같은 '작은 형'격인 중심국들엔 오죽하겠느냔 것. 17일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키프로스에 대한 트로이카의 제안에 반발하는 시민들은 아예 "(키프로스에 이을) 다음(희생자)은 누구냐, 스페인이냐, 이탈리아냐"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뱅크런에 자본이탈…돈 다발 줄행랑

다음은 정부에 이어 의회에서도 구제금융 협상안에 합의할 경우다. 키프로스 국내 예금에 세금이 붙을 경우 시중 은행은 자산 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 및 가치를 훼손당하게 된다. 이 때 고객들이 키프로스 계좌에 넣어뒀던 예금을 대거 회수할 것이란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뱅크런 및 자본이탈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해외 고객들은 더욱 안전한 국가로 자산을 옮기기 마련이다. 이 경우 지난해 ECB의 무제한 채권매입 계획 발표로 겨우 간빙기에 접어든 유럽 금융시장이 빙하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또 키프로스 국내 예금(800억유로) 가운데 약 200억유로가 러시아 자산으로 추산돼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와 트로이카간의 합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키프로스에선 뱅크런이 잇따랐다. 그 결과 정부는 오는 21일까지 은행들을 폐쇄키로 했다.

■실재적 공포 아냐…'정치 위기'

반면 일각에선 '키프로스 사태'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제 시장이 우려하는 바는 모두 시나리오일뿐 실재적 공포는 아니란 지적이다.

그간 최대 논란거리였던 소액 예금주 과세안이 제외됐을 뿐 아니라 실제로 금융위기가 터진다 해도 그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핌코의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이번 위험은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는 다르다"며 "이번엔 유동성 문제라기보다는 유럽 국민들이 정치적 질서 및 정당에 대한 신뢰를 잃는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어본 각국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을 늘리고 있어 금융시장 자체엔 큰 위험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러시아의 반대로 아예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러시아의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키프로스 예금 가운데 약 4분의 1이 러시아 자본인 데다 18일 콜 컨퍼런스에서 고액 예금주에 대한 세율은 최대 15%까지로 되려 확대됐다.
러시아 마피아 및 고위 관료들이 주요 고객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모간스탠리의 조사를 인용, 보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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