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이하 현지시간) 표결에서 의회가 협상안을 거부할 경우 키프로스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의 수순을 밟게 된다.
정부에 이어 19일 의회에서도 협상안이 통과한다 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협상안이 실행될 경우 키프로스에서 자본이탈 및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탈리아 및 스페인과 같은 중심국 역시 키프로스처럼 '전례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유로 꼽힌다. 트로이카는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EC)로 구성된다.
앞서 트로이카는 키프로스 국내 모든 계좌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었으나 18일 새벽 콜 컨퍼런스에서 10만유로 이상의 고액 예금에만 세율 15.6%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구제금융 재원을 사실상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마련하겠단 계획에 전세계가 반발하면서다.
■중심국도 '희생자'될 수 있어
우선 구제금융 집행 여부와 무관한 시나리오다. 키프로스 국내 예치금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금엔 손 대지 않는다'던 금기가 깨져 전세계가 공포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번에 키프로스가 뒤집어 쓴 '독박'을 앞으로 역내 다른 회원국이 뒤집어 쓰지 말란 법이 없단 것. 특히나 역내 회원국 중에서도 약소국인 키프로스가 그 첫 '희생자'가 됐다는 게 큰 충격이었다. 지원의 조건으로 '늦게 본 막둥이'에게 이 만한 대가를 치르게 했으니 스페인 및 이탈리아와 같은 '작은 형'격인 중심국들엔 오죽하겠느냔 것. 17일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키프로스에 대한 트로이카의 제안에 반발하는 시민들은 아예 "(키프로스에 이을) 다음(희생자)은 누구냐, 스페인이냐, 이탈리아냐"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뱅크런에 자본이탈…돈 다발 줄행랑
다음은 정부에 이어 의회에서도 구제금융 협상안에 합의할 경우다. 키프로스 국내 예금에 세금이 붙을 경우 시중 은행은 자산 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 및 가치를 훼손당하게 된다. 이 때 고객들이 키프로스 계좌에 넣어뒀던 예금을 대거 회수할 것이란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뱅크런 및 자본이탈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해외 고객들은 더욱 안전한 국가로 자산을 옮기기 마련이다. 이 경우 지난해 ECB의 무제한 채권매입 계획 발표로 겨우 간빙기에 접어든 유럽 금융시장이 빙하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또 키프로스 국내 예금(800억유로) 가운데 약 200억유로가 러시아 자산으로 추산돼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와 트로이카간의 합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키프로스에선 뱅크런이 잇따랐다. 그 결과 정부는 오는 21일까지 은행들을 폐쇄키로 했다.
■실재적 공포 아냐…'정치 위기'
반면 일각에선 '키프로스 사태'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제 시장이 우려하는 바는 모두 시나리오일뿐 실재적 공포는 아니란 지적이다.
그간 최대 논란거리였던 소액 예금주 과세안이 제외됐을 뿐 아니라 실제로 금융위기가 터진다 해도 그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핌코의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이번 위험은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는 다르다"며 "이번엔 유동성 문제라기보다는 유럽 국민들이 정치적 질서 및 정당에 대한 신뢰를 잃는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어본 각국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을 늘리고 있어 금융시장 자체엔 큰 위험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러시아의 반대로 아예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러시아의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키프로스 예금 가운데 약 4분의 1이 러시아 자본인 데다 18일 콜 컨퍼런스에서 고액 예금주에 대한 세율은 최대 15%까지로 되려 확대됐다. 러시아 마피아 및 고위 관료들이 주요 고객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모간스탠리의 조사를 인용, 보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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