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종이를 태우는 불꽃, 그리고 나타나는 형상.. 박지현 개인전 갤러리 BK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0 17:34

수정 2013.03.20 17:34

박지현 'Lap time 8016'
박지현 'Lap time 8016'


향을 태우는 기법을 통해 형상에 대해 고찰해온 박지현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 21일부터 서울 한남동 갤러리 BK에서 열린다.

박지현 작가는 그동안 향불로 순지(닥종이)를 태워 만들어낸 구멍들로 이미지를 형상화하거나 길고 가느다란 향들을 촘촘히 병렬함으로써 이미지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병행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존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순지에 먹선을 그린 후 이를 불꽃으로 태우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 것. 이렇게 하면 먹선은 불꽃에 의해 서서히 타들어가면서 소거되고, 그 후 남은 면을 캔버스에 배접하면 그때야 비로소 하나의 이미지가 생성된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순지 위에 그려진 먹선이 불꽃에 의해 타들어가는 과정을 촬영한 사진 작업이다.
'랩타임(Lap time)'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시리즈는 불꽃을 태우는 과정을 장노출 기법으로 촬영한 것으로 작업에 소요된 초단위의 시간이 그대로 작품명이 된다.
예를 들면 'Lap time 8016'은 순지 위에 그려진 먹선이 타들어가는 과정을 8016초 동안 촬영해 만들어낸 이미지다.


이번 전시의 서문을 쓴 조각가 이상준은 "작품명의 숫자는 단순히 물리적 시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만 작가는 여기서 선형적 시간성과 대별되는 윤회의 절대성을 암시하고 있다"면서 "타오르는 불꽃을 통해 소거와 생성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사실을 작가는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02)790-7070

yuna.kim@fnart.co.kr 김유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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