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밤이 깊을수록/별은 밝음속에 사라지고/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이렇게 정다운/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다시 만나랴."
시인 김광섭(1905~1977)이 1969년 11월 '월간 중앙'에 발표한 '저녁에'다. 별을 소재로 인간의 고독과 운명을 노래한 이 시는 1980년대 초 '유심초'라는 쌍둥이 형제 가수에 의해 대중가요로 불려지기도 했다. 노래 제목은 시의 마지막 구절을 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수화 김환기(1913~1974)도 이 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남겼다. 한국을 떠나 뉴욕에 머물던 1970년 완성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가로 208㎝·세로 264㎝의 대형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있는 수천개의 푸른 점들이 마치 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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