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소규모 인수합병(M&A))이 대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도구로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모투자펀드(PEF)가 M&A를 주도했다면 최근 흐름은 덩치 큰 기업들이 기존 사업군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면서 소규모 합병에 나서는 기업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발 빠른 사업재편 매력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회사합병결정'을 공시한 7개 유가증권 상장사 모두가 소규모 합병을 택했다.
SK C&C는 오는 5월 중고차 매매업체인 자회사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한다. 소규모 흡수 합병방식이다.
동성홀딩스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계열사인 ㈜동성에이엠을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CJ대한통운은 최대주주가 기존 CJ제일제당 및 CJ GLS에서 CJ제일제당과 KX홀딩스로 바뀌었다. CJ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CJ대한통운과 CJ GLS가 하나로 합치는 소규모 합병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2020년까지 모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5위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롯데제과는 계열사 기린식품을 흡수합병했다. 합병 목적은 사업다각화 및 경영효율성 증대에 따른 통합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진행됐다. 롯데삼강도 이달 회사명을 롯데푸드로 변경하고 종합식품회사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로써 롯데그룹의 계열사 통합 방침에 따라 지난 수년간 롯데삼강을 중심으로 추진돼 온 식품 계열사 통합 작업이 마무리됐다. 롯데삼강은 2011년 파스퇴르유업에 이어 지난해 유지제품 제조사 웰가와 편의점용 간편식 제조사 롯데후레쉬델리카를, 올해 1월 육가공 회사 롯데햄을 차례로 흡수합병한 바 있다.
이외에도 한화케미칼(한화나노텍), 대한항공(한진관광 투자사업부문),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이엔알), 애경유화(홍익산업), 삼성SDI(에스비리모티브), 두산(DFMS) 등이 사업시너지 및 경영효율화를 위해 소규모 합병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자금 부담 없이 시너지 창출
기업들이 소규모 M&A에 나서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대기업이 성공한 스몰딜의 경우 인수자금이 몇백억원에서 많아야 몇천억원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동양생명,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조 단위의 매머드급 M&A에 비해 자금부담 없이 실속을 챙길 수 있다. 최근에는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는 스몰딜이 많아 주식병합 등에 필요한 자체 소요 비용이 전부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부담에서도 자유롭다. 축적된 기술과 경험은 매력적이지만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비용은 인수자에게 큰 부담이다.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손을 내밀(자율협약 신청)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진 STX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알찬 중소기업들은 구미를 당긴다. 이들의 기술을 저렴한 비용으로 사들일 수 있을뿐더러 조직 통합도 쉽게 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요즘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계열사 간 합병은 시장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른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유동성 위험에 대한 우려 때문에 M&A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자금 부담이 적고 시너지가 큰 소규모 M&A가 활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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