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부·울·경 기업 열전] (19) 펌프 전문기업 JM모터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21 16:44

수정 2013.04.21 16:44

JM모터스의 2000L급 회전용적형 펌프가 물줄기를 뿜어내며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JM모터스의 2000L급 회전용적형 펌프가 물줄기를 뿜어내며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장면 1.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안의 여수화력발전소. 일상의 평온을 깨며 갑자기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설비를 철거하던 중 용접 불꽃이 작업장에 있던 인화성 코팅물질에 옮아붙으면서 화재가 난 것이다. 연기는 순식간에 50여m까지 상승하며 주위를 암흑으로 만들었다. 때마침 강한 바람까지 불어 그대로 두면 자칫 큰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상황은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 이미 대부분 정리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그해 초 펌프 전문기업 'JM모터스'에서 구입해뒀던 이동형 소방장비로 초동 진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장면 2. 2007년 충남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 현지 주민은 물론 전 국민이 서해안 겨울 바다를 뒤덮은 기름띠 제거에 나섰지만 '악몽'에서 쉽게 깨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불가능은 아니었다.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도 광범위하게 퍼진 기름덩이도 위기 때마다 뭉치는 국민저력은 막지 못했다. 물론 이곳에서도 JM모터스의 이동형 소방장비 활약은 두드러졌다. 손길이 닿지 않는 절벽 등 험준한 곳의 청소는 JM모터스 제품의 몫이었다.

■재난.재해.사고.복구 '일등공신'

울산 향토기업 JM모터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펌프 제품이 여수화력발전소 화재,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 태풍피해현장 등 재난.재해.사고.복구 현장마다 탁월한 성능으로 문제 해결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고 있어서다.

JM모터스는 모든 제품에 회전용적형(JM 트윈) 펌프와 콘밸브를 적용했다. 10여년간 연구,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기술들이다.

우선 소방차 등에 쓰이던 기존 원심형 펌프의 경우 물 압력을 높이면 물의 양은 줄어드는 반면 회전용적형 펌프는 고압과 수량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

예컨대 높이 200여m 규모의 부산 해운대 고층빌딩에 불이 났다고 치자. 이때 원심형 펌프를 이용, 분당 500L의 물을 쏠 경우 불을 효과적으로 끌 수 있는 한계 높이는 70~80m에 불과하다. 고층으로 갈수록 물줄기는 약해지고 125m 이상은 사실상 화재 진압이 불가능하다. 분당 수량이 많아질수록 물의 높이는 낮아진다. 1000L는 높이 40~50m, 2000L는 20~30m, 4000L는 10~20m 등이다.

또 원심형 펌프는 화재 현장 인근에 소화전이 없으면 소방차의 물 트레일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흡입력이 떨어져 물을 새로 공급받는 데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러나 회전용적형은 200m까지 똑같은 압력으로 물을 쏠 수 있다. 500L, 1000L, 2000L, 4000L 등 수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흡입능력도 탁월해 인근 하천, 저수지, 시내 등에서 순식간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호스를 1㎞까지 연결해도 밸브 마찰을 최소화한 '콘 밸브'를 사용하기 때문에 압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복잡하고 좁은 골목길도 호스 연결을 통해 진입, 불을 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먼 곳의 물도 끌어올 수 있다. 밸브 마찰이 적으면 영구적 사용도 가능하다.

JM모터스는 여기다 기동 및 이동성을 더했다. 현재 400L급과 2000L급 두 종류를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데 400L급은 1명이 끌고 갈 수도 있고 소형 차량에 장착도 가능하다. 따라서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길이나 재래시장, 전통사찰, 선박, 재난방재에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2000L급은 물탱크의 장거리 방사트레일러로 대형 유류화재 진압에 적합하다. 2000L급 2개를 합치면 그 위용은 두 배가 된다.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 가까이 접근할 필요 없이 리모컨으로 수량이나 물을 쏘는 방향 조절도 가능하다.

2000L급은 또 사찰, 문화재, 목조건물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수막설비 설치도 가능하다. 아무리 큰 산불이 나도 물줄기가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불이 옮아붙지 못한다. 쉽게 말해 물줄기로 코팅을 하는 셈이다.

수막설비는 분해한 뒤 다른 곳에 재설치할 수 있다. 지하에 배관을 매설하고 노즐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시점과 장소의 지상에 일시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긴 이송 거리와 경량화, 고압.고흡수는 가뭄이나 장마철 농촌지역 근심을 덜어주기에도 적합하고 불법 조업 외국어선 진압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매일 바뀌는 회사 게양대 국기

이런 세계 최고의 기능을 갖췄지만 가격은 기존 펌프 절반 수준이다. 때문에 국내는 물론 외국으로부터도 견학과 주문이 쇄도한다.

현재 전국 화력발전소와 소방본부, 전통시장 및 사찰, 도서 및 산간지역, 하천정비사업소, 현대중공업 등에 납품했으며 서울경찰청과 해경도 JM모터스 펌프를 쓴다. 말레이시아, 일본, 태국, 중국, 케냐, 아랍에미리트연합, 앙골라, 필리핀, 베트남, 대만 등 세계 수십 개국과도 계약을 했거나 진행 중이다. 회사 정문 게양대에 펄럭이는 다른 나라 국기가 매일 바뀔 정도다.


벤처기업 인증, 기술우량기업 선정, 글로벌 스타 벤처기업 선정. 이노비즈 선정, 조달청 우수제품 및 구매조건부 개발사업 선정, 저탄소 녹색성장 포럼 참여기업 선정 유망수출중소기업 선정, ISO14000 취득, 그린비즈 획득, 소방안전 대상 등 수상 및 선정 경력도 화려하다.

올해부터는 박근혜정부의 '재난에 안전한 국민'과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 제거' 정책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는 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성왕 대표는 "회전용적형 펌프로 시작했지만 콘밸브, 이동형 수막설비 시스템 등 특허만 60여개에 달할 만큼 나만의 제품, 우리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다"며 "울산 언양.효문, 경기 평택 등 공장 3곳 150여명의 직원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자랑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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