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남권 대표 상장사 탐방] (11) 산업용 밸브 전문 제조업체 엔에스브이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06 17:15

수정 2014.11.06 15:21

엔에스브이 부산 화전동 사옥 전경.
엔에스브이 부산 화전동 사옥 전경.

【 부산=김성환 기자】 산업용 밸브 전문 제조업체인 엔에스브이는 밸브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코스닥에 상장된 부산의 향토기업이다. 주요 고객사는 플랜트업체들과 석유화학사, 철강사, 기계설비 업체 등이다. 최근 플랜트 업체들이 저가수주로 실적이 나빠졌지만 이 회사는 오히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주가가 치솟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밸브 유통사에 高 마진 영업

플랜트 설비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원료를 실어나르게 하는 길게 뻗은 파이프라인, 두번째는 이 재료의 진행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늦추도록 하는 벤드(BEND), 마지막으로 원료의 유입량을 조절하거나 차단하는 밸브(VALVE)가 그것이다. 엔에스브이가 맡고 있는 부분은 밸브다.
밸브는 각각의 플랜트 종류와 기능에 따라 다양한 압력을 견뎌야 하고 내구성 또한 훌륭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정밀한 가공기술이 제품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밸브는 전체 플랜트 배관자재 비용 중 7%를 차지하는 핵심 설비다.

엔에스브이가 생산하는 밸브는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에 주로 쓰이는 '게이트 밸브'와 '글로브 밸브' '스위체크 밸브' 등 매뉴얼 밸브(manual valve)다. 매뉴얼 밸브는 자동밸브(automatic valve)에 비해 규모가 큰 곳에 주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70~80%가량을 차지한다.

게이트 밸브는 플랜트 설비에서 돌고 있는 원료(유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글로브 밸브는 유체의 양을 조절한다. 스위체크 밸브는 유체가 거꾸로 도는 것을 막는다. 기술개발을 통해 특화된 밸브도 주목받고 있다. 볼밸브와 고온고압밸브, 초저온밸브 등이다. 볼밸브는 유체가 흐르는 부분의 중심부를 볼(ball)로 제작해 유체가 지나갈 때 밸브 주변에서 압력이 손실되는 것을 줄인다.

일반 밸브가 견디지 못하는 고온·고압 유체에는 고온고압밸브가 필요하다. 이 밸브는 현재 충남 당진 발전플랜트에 장착돼 있고, 한국전력 발전부문 6대 자회사에 납품 가능한 자격업체로 등록돼 있다. 주로 가스터미널에 사용되는 초저온밸브는 영하 196도의 극한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7년부터 해외에 수출한 이 밸브는 셰일가스 시장이 커지면 수주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엔에스브이는 지난 2010년부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생산물량을 늘렸다. 과거 연간 매출 500억원 규모의 생산능력은 지난 2010년 추가로 생산공장을 늘리면서 연간 매출 10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2011년 7월 1일 관계회사 부지 안에 자체 주조공장도 설립해 가동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난해 10월에는 연간 주조 입고량의 절반가량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현재는 조달능력이 20%가량이지만 오는 4·4분기 수주가 늘어나면 생산량도 늘릴 예정이다.

엔에스브이가 개발한 고온·고압 밸브. 발전 플랜트에 주로 들어가는 밸브로 높은 마진율을 자랑한다.
엔에스브이가 개발한 고온·고압 밸브. 발전 플랜트에 주로 들어가는 밸브로 높은 마진율을 자랑한다.

■플랜트 저가수주 함정도 피해가

엔에스브이는 최근 플랜트업체들의 저가수주로 인한 악재도 피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플랜트업체만 주요 수주처로 삼는 경우 저가수주로 인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자재업체까지 연결되는 것이 현실이다.

엔에스브이는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0~2011년에는 한 해 약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저가낙찰을 유도했던 단순도급방식(EPC) 플랜트 업체들의 수주를 최대한 자제하고 대형 유통업체 위주로 실적을 낸 끝에 수익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주요 고객으로는 글로벌 밸브 전문 유통업체인 뉴만스가 있다. 현재 뉴만스가 납품하는 업체들은 더치 셸, 엑손모빌 등 세계 유수의 정유화학 업체들이다. 뉴만스는 밸브 제조업체로부터 사들인 제품을 가지고 자체 영업망을 통해 영업하고 있다.

올해에도 엔에스브이는 마진을 15%가량 확보한 상태에서 뉴만스에 물량을 공급했다. 엔에스브이는 2009년 4월 상장 초기부터 뉴만스, 토카이 등 대형 밸브 전문 유통업체들을 통해 꾸준히 시장을 늘려나간 바 있다.

회사 측은 발전 플랜트 등을 수주하게 되면 고온·고압밸브, 초고압밸브 등 마진율이 높은 제품 수요가 커지면서 영업이익률도 10%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15년쯤에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13%가량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에스브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대형 EPC업체 위주로만 수주를 진행했고 우리는 상장 초기에 대형 유통상 등을 위주로 해서 상대적으로 약점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이런 부분이 강점으로 탈바꿈했다"면서 "올해 매출이 600억원 정도 예상되는데 200억원 정도가 뉴만스 물량이 됐고, 이후 마진율이 높은 고온·고압밸브 등이 들어가는 발전플랜트 수주가 이뤄진다면 영업이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 업체들의 추가 수주도 기대

엔에스브이는 올해 일본 지역의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가 최근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 대형 정유사 등도 장기적으로 설비를 증설할 가능성이 높아져 밸브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2011년에는 EPC업체들의 실적이 좋았지만 지난해 실적이 떨어졌다. 특히 엔에스브이를 포함한 국내 밸브 제조업체들도 일본 EPC업체들의 수주를 많이 따낸 상황이었다. 그러나 플랜트 배관 자체는 일본에서 조달이 불가능했고 일본 밸브업체들은 배관자재 등을 생산하지 않고 유통만 하기 때문에 국내 밸브 제조업체들에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도 일본 플랜트업체들은 국내에서 발주하기 위해 국내 밸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발주 대상업체 목록 조사(서베이)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2월까지 일본 업체들의 집중적인 서베이가 진행됐다. 엔에스브이는 현재 일본 업체들의 서베이를 통해 가등록된 상황이고 올해 안에 정식 발주 대상업체로 등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식 등록업체가 될 경우 일본 플랜트 업체들의 발주도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

또 앞으로 국내에서 발주될 발전소 물량만 14개인 데다 동남아나 남미쪽 발전 플랜트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발전 플랜트 2~3개를 수주하면 30억~50억원가량의 매출이 나오게 된다.


엔에스브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본 업체들로부터 실질적인 수주가 가능해져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데다 국내 발전 플랜트 추가 수주 등이 예상돼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조사업체인 프리도니아에 따르면 산업용 밸브에 대한 세계 수요는 지난 2010년 718억달러에서 2012년 798억달러로 늘었고 오는 2015년에는 935억달러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요가 36%로 가장 많고 서유럽(25%), 북미(21%), 기타(18%)순이다.

ksh@fnnews.com

■엔에스브이 개요

▶업종: 산업용 밸브 제조업체

▶대표: 김태만

▶자본금: 42억3000만원

▶임직원: 160명

▶제품 종류: 게이트밸브, 글로브밸브, 체크 밸브 등 2만여종

▶주요 고객사: 석유화학, 발전, 원자력, 폴리실리콘, 담수, 건설업체 등 기타

▶수주처: 당진화력발전 9호기 10호기(30억원), 삼성토탈 STC A2 Pro(83억원), 인도네시아 EPC업체 IKPT(45억원)

▶유력 수주처:우즈베키스탄 수르길 Pro. 호남석유, 삼성 엔지니어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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