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1달러 100엔’ 시대, 한국이 살 길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0 17:50

수정 2013.05.10 17:50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댄 애커슨 회장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방미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엔저 대책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미 경제인 오찬장에서다. 사실 GM의 엔저 대책 촉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GM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GM은 생산물량의 80% 이상을 수출한다. 경쟁사는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다.

아베노믹스 이후 현실화한 엔저의 충격을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다. 애커슨 회장은 "엔저 피해는 현대.기아차 등 한국 기업들보다 한국에 있는 해외 기업들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애커슨 회장뿐이 아니다. 자동차·철강·조선 등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 기업들도 급속한 엔저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엔은 지난해 9월 아베 신조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될 당시 달러당 70엔대에서 9일 뉴욕시장에서 4년 만에 마침내 100엔대를 넘어섰다. 심리적 지지선을 돌파한 만큼 곧 105~110엔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내 최대 120엔까지 내다보는 견해도 있다.

아베가 등장한 지난 8개월간 한국은 굼뜬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아베노믹스가 성공해 세계 경제 활황을 부추기면 한국 경제에도 나쁠 게 없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엔저 추세가 완만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엔저가 지금과 같은 스피드를 지속할 경우 한국 경제는 난국에 봉착할 수 있다. 가뜩이나 성장률이 저조한데 엔저로 수출까지 위축되면 이중타격이다.

지금 세계는 환율전쟁을 치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은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으나 중국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러자 미·유럽은 무제한적인 양적완화에 나섰고 일본도 이에 가세했다. 제 코가 석 자라 다른 나라 사정은 관심 밖이었다. 지난 4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본 것처럼 미국·유럽·일본은 환율전쟁에서 같은 배를 탔다. 미국의 엄호 아래 엔저 정책은 면죄부를 얻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호주·인도 등이 잇따라 금리를 내렸고 한국은행도 9일 막차를 탔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달러당 1100원선을 넘어서는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리를 조금 내렸다고 엔저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이 금리를 내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환율 파고에 흔들리지 않는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달러당 70엔대에도 살아남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