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5분쯤 전용기 편으로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 도착, 마중 나온 정홍원 국무총리,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타고 곧장 청와대로 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출국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별도의 귀국 행사를 갖지 않았다.
이는 이번 방미(訪美) 관련 일정을 ‘최대한 간소하고 조용하게 준비하라’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동맹 관계 격상 등 일련의 방미 성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별다른 귀국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사실을 두고선 “이번 방미 기간 불거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파문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간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7일 밤(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한 호텔에서 주미(駐美) 대사관에 채용돼 박 대통령의 방미 관련 업무를 지원했던 인턴 여직원 A씨 등과 술을 마셨으며, 이 과정에서 A씨는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잡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며 그를 현지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마지막 방미 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LA)에 동행하지 않은 채 다음날 바로 항공편을 이용해 단독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관련 의혹이 확산되자, 9일(현지시간) LA에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통해 “윤창중 대변인을 경질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서울에 남아 있던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을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외교부와 주미 대사관의 협조 아래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는 한편, 후속 대책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전날 오후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직후 민정수석실을 통해 성추행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파악했으나, 윤 전 대변인은 ‘A씨와 술은 함께 마셨지만 성추행이라고 할 만한 일은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건 직후 윤 전 대변인의 행적과 귀국 경위 등이 석연치 않은 점을 들어 실제 성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귀국에 앞서 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LA 시내 게티 박물관에서 열린 ‘창조경제 리더 간담회’에 참석해 현지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종사자 등과 자신이 새 정부 경제정책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이어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 시장 주최 오찬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이번 방미 기간 중 7일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키로 합의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자신의 대북(對北)정책 패러다임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표명을 이끌내기도 했다.
아울러 8일엔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선 여섯 번째이자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2년 만에 미 상·하원의회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와 중소·중견기업 대표 등 총 52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번 방미에 대동, 미 상공회의소 주최 ‘한미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 및 오찬을 통해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알리고 대내외 투자여건 등을 소개하는 등 ‘코리아 세일즈’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문화 홍보대사’를 자임, 뉴욕과 워싱턴, LA 등에서 모두 세 차례의 공식 행사에 한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방미 기간 끝 무렵에 발생한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 안팎에선 방미 성과 또한 “그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 도착한 뒤 참모진과 함께 방미 기간 직접 챙기지 못했던 국정 현안과 함께 윤 전 대변인 관련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돼 추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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