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운동가로 환경운동가로, 정치가로 다양한 영역에서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삶을 살다 17일 영면에 들어간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후배들은 그를 ‘인간적이고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17일 박 전 이사장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고인의 후배들은 조문을 마친 뒤 삼삼오오 모여 앉아 그를 추억했다.
가족들과 함께 상주 역할을 맡은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박 선생님은 굉장히 인간적으로 따뜻했던 분으로 일 년에 한 두 번씩 후배들을 집으로 불러다 밥을 지어주셨다”며 “후배들이 굉장히 존경한 선배였기 때문에 그 분이 부르시면 한 번에 30~40명이 몰려가곤 했다”고 전했다.
남 의원은 “함께 밥을 나누며 대화를 하다보면 선생님은 꼭 좋은 말씀들을 한 두가지씩 해주셨다”며 “지난 번에는 총·대선과 지방선거 얘기를 하시며 여성들이 정치권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1987년 평민당에 입당해 정치인으로도 활동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2002년 국민의정부에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남 의원은 “전날 김상희 민주당 의원과 함께 문병을 갔는 데 너무 고통스러워 하셔서 병실에 들어가진 못했다”며 “이번에 입원했다고 하셔서 어제 민주당 여성의원들끼리 선생님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기도 했는 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지 몰랐다”고 말했다.
80년대부터 박 전 이사장과 인연을 맺어온 김상희 의원은 “박 선생님은 이례적으로 여성 운동가이면서도 환경에 관심이 많아 나와 여성환경연대를 만들기도 했다”며 “여성운동이나 환경운동, 정치까지 선생님은 내 인생의 멘토였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안철수재단(現 동그라미재단)의 이사로 이사장직을 맡았던 고인과 함께 활동했던 윤정숙 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이사장님은 정말 열정을 가지고 사신 분”이라며 “얼마 전 댁으로 찾아뵌 적이 있었는 데 그때도 이사장님은 ‘나는 일을 할 때면 꼭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윤 전 이사는 “이사장님은 아프실 때도 자료를 보시면서 공부를 하셨다”면서 “모든 일에 정말 열정을 다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향년 81세로 별세한 박 전 이사장은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로 평가받는다.
1932년 평양 출생인 고인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기독교여자청년회(YWCA)에서 여성운동과 시민운동에 투신했다. YWCA연합회 총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대책여성단체연합회장을 맡아 여성 인권 세우기에 앞장섰다.
1999년에는 우리나라 시민사회 최초의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을 만들었다.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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