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빚 안갚아도 되는 사회?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1 17:01

수정 2013.05.21 17:01

빚 안갚아도 되는 사회?

금융당국이 외환위기 당시 도산한 중소기업에 연대보증한 채무자에 대한 연체정보 삭제 및 채무조정에 나선다. 이에 따라 최대 11만명에 이르는 연대보증 채무자가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국민행복기금에 이어 또다시 연체 채무자 지원을 실시하면서 '빚 안 갚는 사회'를 조장한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연대보증채무자 11만명 채무조정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1997~2001년) 도산한 중소기업에 연대보증해 연체정보 등 불이익 정보가 등록된 1104명에 대해 관련 정보가 삭제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연대보증채무 미상환자 11만3830명의 연체액 13조2000억원에 대해 채무조정을 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연대보증 채무자에 대한 행복기금인 셈이다.

이를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무조정 대상 연대보증인 중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하게 된다. 캠코가 이미 보유한 6조3000억원을 제외한 6조9000억원을 0.25%로 매입 시 173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채무한도는 총 연대보증 채무금액 10억원(원금 기준) 이하이다. 채무감면율은 원칙적으로 연대보증인에 대해 연대보증인 수로 나눈 뒤 그 원금의 40~70%를 감면키로 했다. 예컨대 3억원을 3명이 연대보증을 섰는데 50%의 감면율을 적용받게 되면 한 사람당 5000만원을 갚게 되는 식이다.

다만 채무조정을 하더라도 상환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채무부담액이 과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채무부담액 최고한도를 별도로 설정키로 했다. 상환기간은 최장 10년까지 분할 납부하도록 했다. 질병, 사고 등으로 정상 상환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장 2년까지 상환 유예도 가능하다. 오는 7월 1일~12월 31일 신청 안내 및 접수가 이뤄지고 불이익 정보는 검증을 거쳐 삭제하며 채무조정 지원도 이 기간에 세 차례 이뤄진다.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을 맞아 기업이 부실화되는 과정에서 본인 채무가 아닌 연대보증채무로 인해 장기간 경제활동에 곤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재기 지원을 위해 이번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빚 안 갚는 사회' 조장 우려

하지만 이를 두고 국민행복기금 때와 마찬가지로 형평성 및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지원 대상을 1997~2001년 도산한 중소기업의 연대보증 채무자로 한정하면서 이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2003년 카드사태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대보증 채무를 지게 된 사람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지원 대상을 더 넓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성실 상환자와 앞으로 발생할 채무 불이행자의 형평성 논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행복기금은 원금의 최대 70%까지 탕감해주지만 이번 연대보증 채무조정은 원금 탕감에 대한 상한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캠코 내 채무조정심의위원회에서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빚 탕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서 빚 안 갚는 사회를 조장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가 나서서 빚을 정리해 줄 것이기 때문에 빚을 갚지 않겠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햇살론 대위변제율은 9.8%, 미소금융의 연체율은 6.8%이고 올해 1.4분기 새희망홀씨 연체율은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햇살론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미소금융은 지난 2010년(1.6%)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개인회생 신청 건수 증가는 제도가 일반인에 널리 알려진 탓도 있겠지만 새 정부의 빚 탕감 정책 영향도 어느 정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1.4분기 개인회생 신청자 수는 2만6181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7%(4494명)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빚 탕감 정책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와 사회적 비용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법원 문을 노크하는 것보다는 사적구제(개인워크아웃.행복기금)→공적구제(개인회생)→개인 파산 순으로 채무자 구제 제도를 이용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조상희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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