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필계의 에르메스?.. 연필 한 자루가 무려 33만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30 11:31

수정 2013.05.30 11:31

33만원짜리 연필 한 자루. 캡의 존재로 마치 만년필을 보는 듯하다.
33만원짜리 연필 한 자루. 캡의 존재로 마치 만년필을 보는 듯하다.

친구와 서울 여의도 IFC몰 내 영풍문고를 들른 회사원 김재원(38)씨. 서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김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연필 한 자루였다. 마치 고급 만년필을 보는 듯한 외관과 고급스런 이미지에 김씨는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김씨는 가격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필 한 자루 가격이 무려 33만원이나 했기 때문이다. 일반 연필 한 자루가 100~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부담될 수 밖에 없는 가격이다. 이 연필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매장에서 시험 삼아 한 번 써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김씨는 고민 끝에 연필을 사기로 했고 이제는 이 연필의 단골 이용자가 됐다. 영풍문고 내 필기구 전문매장을 운영 중인 장영각 팀장은 "손님이 처음 구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에 또 들러 연필을 정말 잘 쓰고 있다고 하더라. 리필값도 아깝지 않다며 리필 재료를 사들고 갔다"고 전했다.


이 연필은 바로 파버카스텔이 만든 '그라폰 파버카스텔 퍼펙트 펜슬'이다. 파버카스텔은 올해로 창사 252주년을 맞이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기구의 명가이다. 파버카스텔은 빈센트 반 고흐,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애용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런 전통을 밑바탕 삼아 파버카스텔은 프리미엄 브랜드 '그라폰 파버카스텔'을 통해 매년 올해의 펜을 제작, 550만원에 한정 판매하는 등 고급 필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퍼펙트 펜슬 한 자루를 분해한 모습. 지우개 덮개, 캡, 연필깎기로 구성되어 있다.
퍼펙트 펜슬 한 자루를 분해한 모습. 지우개 덮개, 캡, 연필깎기로 구성되어 있다.

퍼펙트 펜슬은 캘리포니아산 고급 삼나무를 사용, 나무질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플래티넘(백금)으로 도금처리된 캡에는 연필깎이가 들어있으며 지우개와 지우개 덮개도 있다. 퍼펙트 펜슬은 그립감과 필기감이 부드럽고 연필심 강도가 높아 잘 부러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연필과 지우개는 리필이 가능하다. 리필제품은 연필 5자루에 9만원, 지우개 4개에 1만5000원이다. 백금으로 도금처리된 캡이 퍼펙트 펜슬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했다. 하지만 그만큼 지우개, 연필깎이 등이 있는 캡의 존재가 퍼펙트 펜슬의 가치와 감성을 높여준다는 것.

장 팀장은 "주로 연필 매니아 분들이 구입한다. 명품가방의 경우 에르메스를 최고로 친다면 연필은 파버카스텔"이라며 "퍼펙트 펜슬은 일주일에 한두 자루 정도 팔리는데 성수기인 연말에는 세 자루 이상씩 팔린다. 구입 고객은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며 남녀 성비는 7대3 정도로 남자 분들이 더 많이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팀장은 "아무래도 연필 치고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보니 아내 몰래 사가는 30~40대 남성 손님들도 있다.
카드결제 대신 현금을 내거나 상자는 버리고 연필만 들고 가는 형태"라며 "퍼펙트 펜슬 외에 90만원짜리 데스크 세트도 있는데, 연필 케이스로 인해 가격이 좀 높다 보니 작년 8월 입점한 이래 구입자가 단 5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직 없고 5명 모두 중국인"이라고 덧붙였다.

90만원짜리 데스크 세트에 연필 다섯 자루가 담겨 있다.
90만원짜리 데스크 세트에 연필 다섯 자루가 담겨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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