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 마을인 경남 밀양이 요즘 대형 송전탑 때문에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송전탑 설치를 놓고 한국전력과 주민이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사현장인 산등성이까지 칠순의 노인들이 올라가 시위를 벌이다 일부 노인이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는 최악의 충돌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까지 나선 뒤에야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송전탑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한전과 동의절차도 없이 강행되는 위험한 송전탑 건설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주민의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바라보는 법무법인 정인 정회석 변호사(36·로스쿨1기)의 심경은 복잡하다.
"어떤 점이 가장 문제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 변호사는 "만약 이 송전탑이 서울 근교에 건설된다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되물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논란이 되는 송전선은 전압이 76만5000V로 흔히 주변에서 보는 송전선(12만6000V)의 약 6배에 육박하는 초고압이다. 송전탑 높이만도 50층 건물과 비슷한 130m로 일반 송전탑보다 6~7배 높고 송전선 굵기는 36배나 두껍다.
현재 정 변호사가 맡은 상곡마을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까지 2년을 끌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다. 1심에서 마을주민 17명에게 인정된 손해배상액이라고 해봐야 1인당 300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의와 상식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는 "70세를 넘긴 노인들이 국회 앞 시위는 물론 인권위, 국민권익위, 청와대를 돌며 탄원서를 냈지만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며 "돈벌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1심 소송 과정에서 파이낸셜뉴스 보도(본지 2013년 2월 6일자 인터넷)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정 변호사는 "비용절감과 효율성만 생각해 설득 및 동의 절차를 도외시하면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번 밀양 사태가 다른 대형 공사에 교훈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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