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마력을 내는 8기통 엔진의 속도감은 어떨까.섣불리 힘을 줬다가 급발진 현상처럼 튀어 나가지는 않을까.
오른 발을 페달에 얹는 순간 이같은 우려는 기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속 100km 이하로 서행할때는 배기량 2000cc의 중형차를 몰듯이 밟아도 차가 갑자기 튀거나 하는 증상이 전혀 없다. 핸들도 적당히 묵직해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에코 모드가 인상적이다. 에코 모드에 놓고 밟으면 시속 100km이하에선 8기통중에서 4기통만을 활용해 연료 소모를 줄여준다.
이 차의 진가는 속도를 높였을때 나타난다.
고속도로에 들어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순간 도로 위의 시간이 멈췄다.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속도계의 바늘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도로위의 차들을 뒤로 제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 덕분에 빠르게 기어가 바뀌면서 10초도 안돼 시속 150km를 훌쩍 넘어섰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가속이 되는 바람에 전방을 살피느라 계기판으로 곁눈질할 겨를이 없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표시됐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엔진 소리는 상식을 깬다. 소리가 커질 수록 소리가 경쾌하고 아름답다. 소음이 아닌 심장 박동소리처럼 들려 달리다보면 금새 소리에 중독된다. 서행할때는 음악을 즐기다가도 속도를 높이게 되면 엔진소리를 듣기 위해 자꾸만 볼륨을 낮추게 된다.
개폐 레버를 당겨 천정을 개방한체 달려도 바깥소음이 커지진 않는다. 헤드 레스트 뒷쪽에 설치된 에어 가이드 덕분에 난기류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급하게 속도를 줄일 때는 브레이크뿐 아니라 변속기까지 빠르게 단수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해졌다. 코너링을 할 때에는 시속 60~80km에서 운전대를 틀어도 안정감이 있어 가속과 감속, 코너링까지 모두 과감하게 운전대를 돌릴 수 있다.
이 차는 1800CC 4기통 엔진을 달았던 SLK 클래스의 고성능 모델이다. 벤츠는 모기업 다임러 그룹의 고성능 차량 제조사인 AMG 마크가 붙으면서 실린더가 8개로 늘고 배기량은 5500cc로. 출력은 163마력에서 421마력으로 늘었다. 차체 크기는 준중형 급에 해당하면서도 날렵하고 강하게 빠져 스포티(Sportich)하고 경쾌하며(Leicht) 작다(Kurz)는 독일어를 축약한 SLK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각인시켰다.
주행 성능이 이쯤 되면 1억510만원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막 막히는 도심에서 이 고성능 차량을 출퇴근 용도로 활용한다면 그만큼 답답한 일도 없을 것이다. 2인승 차량이므로 아이를 데리고 가족과 함께 어딘가를 떠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아이가 없는 부부나 커플에게, 주말 새벽에 뻥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우렁찬 엔진소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차를 권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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