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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전문기자의 핀치히터] 한국 고교야구 괴물 출현을 바란다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6.10 17:04

수정 2013.06.10 17:04

일본 오사카에서 고시엔(甲子園) 구장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전철(고시엔역)에서 내려 사람들의 무리를 따라 조금 걸어가면 금세 웅장한 야구장 기둥과 마주한다. 지은 지 90년이 되어가는 이 늙은 야구장은 어딘가 친숙한 느낌이었다. 담쟁이 덩굴이 백년에 가까운 세월을 가리고 있었지만.

안에는 고시엔 대회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고교야구 선발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5만여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은 빈 곳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경기장은 한마디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비로소 이곳이 왜 친숙한지를 알아차렸다. 1970년대 만원 관중이 꽉 들어찬 동대문야구장을 닮아서다.

봄과 여름 이곳에선 고교야구대회가 벌어진다. 이때가 되면 일본 전역이 들썩거린다. 하루에 몇 경기가 열리든 그때마다 관중들을 내보내고 새로 입장시킨다. 입장권 하나로 두 경기 관람은 사절이다. 그러고도 관중석은 송곳 하나 세울 틈조차 없다.

지난달 26일 고시엔구장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올 들어 가장 많은 4만6000여 관중이 입장했다. 5월엔 고교야구대회가 열리지 않는다. 일본의 고교야구대회는 3월과 8월 두 차례만 벌어진다. 그런데 고시엔구장의 이 함성은 무엇인가?

이날 일본 프로야구 한신과 니혼햄의 인터리그 경기가 있었다. 구름 관중이 몰린 이유는 한신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19)와 니혼햄 타자 오타니 쇼헤이(19)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서다. 이들은 바로 1년 전 고시엔대회가 배출한 슈퍼신인들이다.

후지나미는 4월 한 달간 3승을 기록했다. 마쓰자카(클리블랜드)도 해내지 못한 일본 프로야구 고졸 신기록이다. 오타니는 투·타를 겸업하고 있다. 두 개의 칼을 동시에 쓴다고 해서 '2도류(二刀流)'로 불린다. 후지나미는 시즌 4승째를 챙겼지만 오타니에게 2루타 두 개를 맞아 둘의 대결에선 판정패했다.

일본 프로야구는 고시엔대회라는 든든한 토양 위에 서 있다. 해마다 고시엔의 스타들이 신상품이 되어 프로야구로 공급된다. 언제든 제2, 제3의 후지나미와 오타니의 출현이 가능하다. '원조 괴물' 에가와(전 요미우리), 고시엔 본선에서만 13개의 홈런을 날린 기요하라(전 세이부), 결승전까지 7경기에 모두 나와 69이닝 948개의 공을 던진 '고무팔' 사이토 유키(니혼햄), 올봄 대회에서 4경기 연속 완투승을 올린 '철완' 안라쿠 도모히로(에히메 사이비교) 등등.

한국 야구는 어떤가? 지난 9일 제67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대회가 막을 내렸다. 괴물 스타의 소식은 감감하다. 어느 팀이 우승했는지조차 관심 없다(결승전 덕수고 4-1 마산고). 한국 고교야구는 어느새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다. 가장 뜨거워야 할 아이돌의 무대가 가요무대로 변한 지 오래다.

이는 프로야구 출범(1982년)과 동시에 진행된 현상이지만 3년 전 주말리그의 도입으로 더욱 골이 깊어졌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이라는 주제 아래 도입된 주말야구는 신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결과를 낳고 있다. 선수들의 공부는 제자리걸음이고 야구 실력은 야금야금 뒷걸음질이다.

주말야구는 계륵 같은 존재로 변했다. 없애긴 아깝고 계속하기엔 무리가 따르고. 대한야구협회(회장 이병석 국회부의장)는 결단을 해야 한다.
주말 리그를 계속할지 없앨지. 계속한다면 개선해야 한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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