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정현의 통일전망대] (2) 통일, 재앙일까 축복일까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더하여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로 시작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끝이 나면 누구나 콧등이 시큰하고 눈자위가 아리다. 통일은 그만큼 우리 가슴속에 박혀 있는 어떤 인자이다. 그러나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통일세니 기금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게 현실이다.
통일은 당위이면서도 두려운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당위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잘사는 통일이 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마땅히 그러해야 할 당위가 잘살고 못삶에 의해 외면되는 현실은 곧잘 감상적 통일론자들의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통일로 수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누리게 된 우리의 위상과 삶의 질을 한꺼번에 추락하게 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과연 통일이 그처럼 추락의 길인지는 한 번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겪고 있는 세계적 경제침체의 근본적 원인은 시장의 한계성일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20년 내에 세계 5위의 경제권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연구 보고가 줄을 잇고 있다. 어쩌면 통일은 그 기간을 20년보다 훨씬 더 당겨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즉 통일이 한반도의 블루칩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북에는 그 지식 수준과 기술력이 남다른 2200만명의 인력이 있다. 또한 피폐한 북의 경제는 그 자체로 보기 드문 거대 시장이다. 더구나 남과 북은 동일한 언어와 문화적 바탕으로 마음먹기에 따라 상승 효과의 극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북의 시장화를 위한 기반 자금이다. 설은 분분하다. 적게는 수십조원에서 많게는 수백조원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쯤 되면 고개를 가로젓고 외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통일이 말 그대로 무조건적인 통합이 돼 단번에 남과 북의 교류가 이뤄진다면 앞에 든 자금 규모를 훨씬 더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재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교류만 자제할 수 있다면, 즉 북한 내부에서의 경제적 성장을 우선 도모하는 것을 완전한 통일의 1단계로 삼는다면 그 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먼저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기본적 사회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자금은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 금융기구의 차관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북한 지역의 모든 토지는 국유다. 북한 전역 여기저기 공장 등을 설립할 기업에 받는 토지 임대료를 북한 주민의 기본 생활 향상을 위한 자금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토지 정책은 지금 한국처럼 영구적인 소유권 취득이 아니라 중국의 토지 정책을 원용한 50년 내외의 기간 임대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지금 우려하고 있는 통일자금의 크기는 논리의 함정에 그칠 수 있는 일이다.
북한 지역에 분포돼 있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자원이 통일한국 경제에 새롭고 큰 기반이 될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축복은 일자리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현재 우리의 경제 여건에서 풍부한 지하자원은 산업의 다각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에 새로운 획이 될 것이다. 당연히 기업의 투자는 늘어나고 그만큼 일자리도 많아진다. 그저 많아지는 게 아니라 폭발적이 될 것이다. 물론 북한의 인력이 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기업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 인력으로는 커버되지 않을 관리, 해외영업 등의 일자리는 우리의 경력자나 젊은이들이라야 효율적일 것이니 그야말로 블루칩이 아닌가.
통일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일면 수긍할 부분은 있다. 그러나 희망이 있으면 난관은 극복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역사는 바로 그런 노력의 역사이며 가능성의 증거다. 그런데 통일을 우려하는 일부 목소리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정한 속내는 북한 정권의 안정에 대한 우려인 듯싶다. 만약 그렇다면 '종북세력'이라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말로는 통일을 외치지만 그 감상적인 수사의 이면에 감춰진 반통일의 선동에 헷갈려서는 안 된다. 통일은 축복이다. 축복이 될 수 있다. 이제 그 축복의 통일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