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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라/서비스업 시스템 표준화로 생산성 높인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6.21 03:56

수정 2014.11.06 00:37

[창간 13주년]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라/서비스업 시스템 표준화로 생산성 높인다

창조경제 추진을 위해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제조업과의 융합 추진과 해외 진출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기완 산업.경쟁정책연구부장은 20일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왜 서비스산업인가

세계 산업구조의 중심이 농업에서 제조업을 거쳐 서비스업으로 이동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 이혜림 선임연구원은 "제조 프로세스에 투입되는 서비스의 중간재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최종재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거나 서비스산업 자체의 성장을 가져왔다"며 "특히 최근 경제산업 전반의 지식정보화 트렌드에 맞춰 산업 간 융합화가 가속화되는 추세이므로 서비스 경쟁력은 제조업을 비롯한 경제 전체의 생산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GDP 기준)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53.4%에서 2010년 70.9%로 40년간 17.5%포인트 증가했다.

대부분 선진국의 서비스산업 비중은 GDP의 60~80%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79.2%, 미국 78.8%, 영국 77.7%, 일본 71.5%, 독일 71.2%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은 1990년 49.5%에서 2011년 58.1%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비스산업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주영민 수석연구원은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개방화와 글로벌화를 촉진시켜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산업도 글로벌 경쟁체제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소비수준이 향상됐음에도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2000년대 초반부터 여행, 사업서비스, 특허권 등 사용료 분야에서 서비스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고부가가치화가 화두

우리나라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렸다. 대량 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 자영업 서비스 분야로 흡수됐다. 자연스레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부가가치 비중은 느리게 증가하면서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우리 경제의 화두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08년 8만5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중 5위를 차지한 반면, 서비스업은 3만5000달러로 18위를 기록했다. 또 2000년대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가 연간 평균 8%의 증가속도를 보인 반면 서비스업은 1%에 그쳤다.

우리나라 사업서비스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1.5%(2010년)로 개인, 사회서비스의 11.3%, 4.5%를 압도했다. 하지만 취업자 수 비중을 보면 개인서비스가 24.1%로 가장 높고 사업 및 사회서비스는 각각 11.2%, 4.2%에 머물러 있다. 이는 유통, 외식, 숙박 등 소위 '돈 안되는' 업종에 많은 인력이 몰려있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국내 일자리의 거의 70%를 창출하는 서비스업이 GDP 기여도가 낮다는 점은 생산성이 너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서비스업 경쟁력이 제조업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서비스-제조업 격차 확대를 방치할 경우 우리 경제의 먹거리인 제조업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에 사이언스 접목 필요

선진국에서도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상승 속도가 제조업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서비스산업 생산성 제고가 경제 성장의 주요 과제로 부상한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 수석연구원은 "서비스산업도 정보기술(IT), 과학, 수학, 경영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과 이론을 통해 서비스의 본질을 파악하고 표준화, 단위화를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비스 사이언스는 지금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서비스를 '서비스 시스템'이라는 모습으로 구체화해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2002년 미국 IBM 알마덴 연구소와 UC 버클리가 서비스를 사회공학의 시스템 관점에서 연구하는 팀을 공동으로 결성하면서 등장했다.

IBM은 2011년 서비스 이노베이션 랩을 창설하는 등 1000여명의 연구원이 서비스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특허를 1만5000건 이상 획득할 수 있었다.

숙박업의 경우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일본 호시노리조트는 일본 리조트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생산성이 장기간 근무, 과도한 분업, 구두로 전수되는 노하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호텔과 료칸(일본 고급여관)은 생산성이 미국 호텔 평균의 20~30%에 불과했다.

호시노리조트는 고객의 이동동선을 파악하고 그 동선의 주요 지점에 직원을 정확한 시간에 배치해 고객 대기시간을 줄였다. 또 프론트, 객실, 주방 등 직종에 따른 시간대별 업무량을 측정해 바쁜 시간대에는 잉여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인력 낭비를 줄였다.
기술이 필요한 업무는 설명서 등을 통해 습득 속도를 높였고 종업원의 멀티플레이어를 장려했다. 또 수치화된 고객만족 스코어를 이용해 스코어 상승도 논의했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과 고객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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