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교통단속장비 시스템 수리·보수 전문업체 직원의 실수로 정상 속도로 통행한 차량운전자에게 '과속 딱지'가 대거 발송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실제 과속한 것으로 믿고 범칙금을 납부했으며 경찰은 보름이 지나도록 이 같은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정 오류로 과속딱지 날벼락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같은달 28일까지 16일 동안 인천 서구 시천동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서울 방면 22㎞ 지점에 설치된 무인교통단속장비의 오류로 이 도로에서 운행한 772대의 차량 소유자에게 총 780여건의 '속도위반 사실통보서'가 발송됐다.
하지만 이들 차량은 정상 주행했는데도 단속장비의 오류에 따라 과속으로 감지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2005년 설치된 이 장비의 노후화로 과속차량 단속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13일 이 장비를 위탁관리하는 도로교통공단이 선정한 전문업체를 통해 수리를 실시했다.
이 장비의 실제 설정은 '6m 거리 감지'다. 7m 거리 감지 설정은 노면에 설치된 검지기와 검지기 사이를 통과하는 시간을 계산한 것으로, 이 '1m'의 오차 때문에 차량 속도가 10㎞가량 높게 나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로 인해 오류가 발생한 이 장비는 시속 100㎞를 달리는 차량을 시속 110㎞로, 시속 110㎞ 차량은 120㎞로 감지해 과속 촬영을 했으며 이 사진은 인천지방경찰청 영상실로 전송됐다.
경찰은 전송된 사진을 근거로 772대의 차량 운전자에 대해 속도위반 사실통보서를 발송했다. 그런데 이 중 40여명은 통보서 발송 이후 30일 이내에 범칙금을 자진 납부할 경우 '20% 감경' 혜택을 받기 위해 이의 신청기간 중에 속도 위반 정도에 따라 부과된 3만~6만원의 범칙금을 납부했다.
■경찰 뒤늦게 발견, 면제 통지
경찰은 수리·보수된 장비의 성능 향상으로 과속차량에 대한 단속이 증가했다고 판단했으나 평소에 비해 10배 이상 과속차량이 단속되자 '이상하다'고 판단, 해당 장비를 점검하게 됐다. 이 결과 장비 수리를 하던 업체 직원이 거리 감지 값을 잘못 입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비의 오류를 뒤늦게 발견한 경찰은 지난 5월 말께 772대의 차량 운전자들에게 '범칙금(과태료)부과 면제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이미 범칙금을 납부한 운전자에게는 환급을,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자체적으로 면제 조치를 취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 이 같은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업무를 담당하던 경찰관은 단속 차량 일일점검 시 정상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며 "향후 무인교통단속장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비의 문제로 발생했기 때문에 단속된 차량 전체를 무효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오류가 발생한 장비로 인해 단속된 한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에서 장비 설치지점을 알려줘 서행을 했는데 단속 통지서가 집으로 발송돼 어리둥절했다"며 "장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은 못했고 '내가 과속을 했구나'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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